경제·금융

세금 차별화 개선해야/공병호 자유기업센터 소장(기고)

나라를 운영하는데는 세금이 필요하다.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건 납세자는 가능한 세금을 적게 내려 하고 징세권을 지닌 정부는 가능한 많은 세금을 거둬 들이려고 한다. 그래서 세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려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거두어 들이려는 사람들 사이에는 항상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늘 억울한 입장에 서는 사람들은 세금의 원천이 완전히 노출되는 봉급생활자들이다. 봉급생활자들은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왜냐하면 봉급생활자들이 투표에 미치는 영향력이 비교적 크게 때문에 봉급생활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세율 인하책들이 간혹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징수편의주의 때문에 특정산업에 계속해서 피해를 주는 세금이 십수년간 요지부동으로 자리잡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같은 세금의 경우 대부분 특수한 목적을 가진 세금이다. 신설될 당시와 세상이 아주 다르게 변화된 경우에도 세금은 신설될 당시의 명분과 관계없이 징수의 편의성 때문에 계속해서 징수된다. 문제는 이들 세금이 특정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자동차 산업을 보자. 중형승용자의 대략적인 세금 총액이 우리 나라의 경우 공장도 가격의 약 30% 정도이다. 경쟁국인 영국의 18.9%, 독일 13.0% 보다 턱없이 높다. 그런데 공장도 가격에 붙여지는 6개의 세목뿐 아니라 더욱 볼만한 것은 배기량 기준의 세금징수 방식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현행 자동차세는 배기량이 같으면 헌차나 새차, 혹은 국산차나 외국산차의 세금이 같다. 단적인 예로 배기량 2천㏄급 6년산 국산 승용차의 가격은 단돈 4백만원. 이에 비해 동급의 외제 승용차 가격은 4천만원이지만 세금은 연간 44만원으로 똑같다. 배기량 기준의 현행 세제는 국산자동차에 비해 외국산 자동차의 구입을 유리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배기량 기준의 세금 징수방식은 76년 사치성 자산에 대한 특별세의 성격으로 도입된 점을 고려하면 개정작업이 벌써 이루어졌어야 했다. 다음으로 주세를 살펴보자. 맥주의 세율은 올해부터 공장출하가의 1벡30%다. 여기에다 교육세와 부가가치세를 더하면 무려 2백14.5%의 세금이 붙는다. 도수가 다소 높은 알코올에 대한 세금도 만만치 않다. 희석식 일반소주의 세율은 35%, 증류식은 50%, 그리고 위스키는 1백%로 높아진다. 한편 맥주, 소주, 그리고 위스키는 대체관계에 있는 품목이기 때문에 세율에 따라서 품목간에 수요량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들어 완제품 수입양주가 국산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나고 있다. 왜냐하면 과세표준이 국산의 경우 제조원가인 반면에 외국산 완제품의 경우 CIF(운임보험료포함가격) 수입가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제품 양주의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처럼 왜곡된 주세가 국산보다 외국산 완제품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가전업계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컬러TV나 냉장고는 우리들의 생활속에 뿌리내린지 이미 오래다. 이들 제품들은 호화사치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지만 특별소비세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내수시장과 당면한 수입선 다변화조치의 해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유독 우리만이 가전산업에 대해 특별소비세와 같은 중세정책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현행 15%와 20%의 세율은 고가사치품인 보석류나 골프채 등의 특별소비세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이다. 따라서 이미 생필품이 되어버린 가전제품의 경우에는 특별소비세의 완전면제나 세율인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동차, 가전, 그리고 주류업계 이외에도 여러 산업분야에서 국내산업을 오히려 차별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관찰할 수 있다. 정부는 징세의 편의성 못지 않게 조세의 형평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리고 최소한 국내 산업이나 특정산업에 불이익을 계속해서 주는 세금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제 조세당국도 국제규범에 걸맞는 제도의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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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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