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동십자각] 이승엽과 IMT-2000

한국 프로야구와 미국 프로야구의 공통점은? 스포츠를 흥행의 도구로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다른 점은? 미국은 진짜 프로답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을 못 벗어났다는 점이다.지난해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가 전대 미문의 홈런경쟁을 벌였다. 미국은 다시 오기 힘든 그 세기적인 흥행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침체된 프로야구 부흥의 전기로 삼았다. 전 세계 언론이 들뜨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프로야구는 절호의 흥행기회를 제발로 차 버린다. 관중들의 열기는 한껏 달아오르지만, 구단들은 이를 썰렁하게 만든다. 9회말 역전 찬스에 믿었던 4번 타자가 병살타를 날리는 것처럼. 이승엽의 사례가 그렇다. 이승엽은 2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걸출한 홈런타자다. 이미 시즌 최다 홈런기록(42개)과 타이를 이뤘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의 내일을 양 어깨에 건 최고의 흥행 카드다. 「삼성의 이승엽」이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의 이승엽」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지난 26일 해태와의 경기서 집중 견제를 만나야 했다. 고의성 볼넷 2개에다, 한번은 투수가 이승엽의 다리를 공으로 맞혔다. 해태는 노골적인 도망가기로 일관했지만 그날 경기마저 8대6으로 패했다. 해태만 패한게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 전체가 비즈니스전쟁에서 졌다. 야구 팬들은 『제발 정면승부 좀 하라』고 호소한다. 프로야구와 이승엽처럼, 한국의 통신산업도 다시 한번 세계 무대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바로 IMT-2000이다. IMT-2000을 통해 한국의 통신산업은 세계 최정상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영원한 2등으로 나락에 빠질 수도 있다. 문제는 「정면승부」에 달려 있다. IMT-2000은 2,000㎒대역의 주파수로 동영상까지 전송되는 이동통신을 전세계 어디와도 할 수 있는 「괴물」 같은 통신서비스다. 워낙 강력하다. IMT-2000이 상용화되면 기존 통신서비스는 모두 사그러들거나, IMT-2000으로 빨려들 것이 예상된다. IMT-2000은 한마디로 「블랙홀」이다. 따라서 IMT-2000은 초대형 이권(利權)의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다. 사업권을 따기 위한 경쟁강도는 지난 92년의 제2이통이나 96년의 PCS사업자 선정 때를 능가할 것이다. 사업권을 따려는 업체들의 막전막후 로비와 암투 역시 과거보다 훨씬 뜨거워질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정부의 선택이다. IMT-2000사업권을 나눠줘야 하는 정부는 숙명적으로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신세일 수 밖에 없다. 그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아예 뛰어내리려 할 지도 모른다. 이통 때나, PCS 때나 매번 특혜시비로 뜨거운 맛을 보고 진저리쳤던 경험을 갖고 있는 정부다.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볼멘소리 듣지 않으려고 불필요하게 많은 사업자를 뽑으려 할 수 있다. 어정쩡한 사업자 선정방식으로 뒤탈을 자초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정면승부」를 회피할 가능성을 정통부 스스로 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통신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한국의 통신소비자들 역시 고품질의 통신혜택을 누리고 있다. IMT-2000사업자 선정에선 정치논리나 재벌정책의 논리를 배제하라. 철저히 통신산업과 통신소비의 논리를 따르라. 3개가 적절하다면 3개만 뽑고, 주파수 경매가 최적이라면 그렇게 하라. 눈치보지 말고. 그래야 우리 통신산업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정상에 우뚝 설 수 있다. JAYLEE@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