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심각한 청소년 음주 폐해

최근 수원에서 부친과 함께 술을 마시던 아들(19세)이 아버지의 술주정에 격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며칠 뒤에는 40대 부부가 1년 간격으로 잇따라 술병으로 세상을 떠 자매가 고아가 된 일도 언론을 통해 접했다. 이 모두가 잘못된 술버릇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에게 술을 배우면 좋다거나 제사 후 조상이 드신 술을 받아먹으면 덕복을 받게 된다는 등 우리 사회는 자녀들의 음주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우리나라 고교생의 82.3%가 술을 마셔본 경험이 있고 4명 중 1명은 취해본 경험까지 있는 것인지 모른다. 더구나 청소년위원회가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까지 방송된 지상파TV 3사의 청소년 시청률 1~9위까지의 드라마 총 217회 중 152회(70.04%)가 음주 장면이 연출됐고 일부 드라마에서는 전회에 걸쳐 빠짐없이 음주 장면이 연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생들의 모임 장소는 카페나 포장마차가 많이 이용되고 있고 술을 마시고 남녀가 동침하는 장면이나 심지어 임신하는 설정까지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있다. 이처럼 무분별한 음주 장면 연출은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음주 장면에 대해 친근감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문제 학생은 당연히 술을 마신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고, 청소년들은 무조건 TV 속의 주인공처럼 고민을 음주로 풀어야 한다는 해법을 주게 될 우려까지 있는데도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 같다. 청소년기는 또래들과 어울려 스트레스를 풀거나 호기심, 자기 과시 때문에 음주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지만 몸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단숨에 폭음을 하다 보면 신체적ㆍ정신적 의지력이 무너지게 되고 무의식 중에 원하지 않는 행동까지 할 수 있다. 이때 통제력 없이 행한 행동들은 뉘우침 없이 받아들여지게 되고 몇 번 되풀이되다가 결국 어른이 돼서도 고칠 수 없는 습관으로 발전해 훗날 사회 생활에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한 주류 업체가 지난해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가장 보기 흉한 술버릇 1위가 맞냐 틀리냐를 따지는 ‘시비형’ 2위가 했던 말 또 하는 ‘되풀이형’ 3위가 ‘폭력형’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술을 먹으면 소리 내서 울거나 거리를 쏘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아무 곳에서나 잠들어버리는 등 참으로 보기 민망한 행동들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와 같은 행동들은 청소년기에 잘못 길들어진 음주 경험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다. 실제 어린시절 잘못 배운 음주 습관 때문에 어른이 됐을 때 가족들에게 술주정을 하거나 폭행을 일삼아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주위에서 종종 봐왔다. 따라서 청소년기 음주 예방을 위한 새로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청소년보호법’에서 청소년들에게 주류 판매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직접 규제에 의한 차단과 청소년들 스스로가 음주 폐해의 실상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예방에 참여할 수 있는 성숙된 분위기가 조성될 때 효과가 크다고 본다. 청소년위원회는 청소년 음주를 예방하기 위해 TV방송 음주 장면 모니터링단 지속 운영, 청소년 음주문화 개선, 청소년음주 예방 시범학교 운영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어른들과 언론, 시민단체에서도 우리 청소년들이 바르게 성장해 미래 한국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등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