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이 필요할 때 사람들의 생각은 단순해진다. 먼저 일반예금이나 정기적금으로 모아 놓은 돈을 빼서 일부분을 마련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대출을 신청하는 것이 보통이다. 논리적으로도 이게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상을 한 번 바꿔보자. 먼저 대출을 받은 후 모자라는 돈을 예금이나 적금을 인출해 충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적어도 연 1% 이상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 대부분의 은행은 대출을 결정할 때 신용평가 시스템을 이용해 대출한도와 이자율을 결정한다. 이때 일반적으로 고객의 거래 실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예금을 포함한 거래 실적이 많을 때 대출을 신청하면 대출 이율이 훨씬 낮아질 수 있다. 거래실적에는 예금실적 뿐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이나 자동이체 등 부수거래 실적도 포함된다.
갑자기 목돈 2,000만원이 필요한 K씨를 예로 들어 보자. 그는 직업은 있으나 담보대출을 받을 만한 집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그에게는 은행예금 1,500만원이 있다. 이때 보통 사람이라면 1,500만원을 인출한 후 모자란 500만원에 대해 신용대출을 신청한다. 예금잔고가 0인 사람은 5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기도 힘들 뿐 아니라 받아도 이자율은 10%를 훨씬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예금을 미리 찾지 않고 500만원의 대출신청을 먼저 하면 은행의 신용평가 시스템은 예금이 1,500만원이나 있는 것을 보고 대출 신청고객에게 연 8~9%대의 낮은 이자율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예금을 인출한다면 똑 같은 돈을 신용대출로 빌리고도 이자율을 1%포인트 이상 낮출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돈이 필요하다고, 혹은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먼저 이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은행의 신용대출 이자율은 최고 연 15% 수준이지만 신용카드는 연 24%를 넘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카드 현금서비스의 경우 비록 빌린 금액은 작아도 잔액이 있다는 이유로 고객의 신용도가 은행대출에 비해 크게 나빠지기 때문에 최대한 주의해서 이용해야 한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