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위기를 기회로] 포스코, 솔루션 마케팅 통해 고강도강 매출 대폭 확대

권오준(왼쪽)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8월 고객사인 고려제강을 찾아 강홍구 공장장으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포스코는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까지 함께 제공하는 마케팅을 통해 고부가가치강 매출을 높이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 기술연구원에서 한 연구원이 철강 조직을 검사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연비와 속도를 향상할 수 있는 차량 경량화는 자동차 업체들의 오랜 과제다. 차량용 고강도 강판은 경량화의 필수 소재로 꼽힌다. 더 적은 양의 철판으로도 높은 강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강도 때문에 용접하거나 모양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보니 자동차 업체들이 고강도강을 선뜻 활용하기 어려웠다. 고강도강을 만드는 포스코는 이런 문제에 착안해 고강도강의 성형·용접 기술도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이른바 솔루션마케팅으로 기존에는 단순히 철강 제품만 팔았다면 이제는 고객이 철강제품을 활용하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철강산업은 세계 경기침체와 경쟁 심화로 부진했지만 포스코는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2%, 7.3% 증가한 65조1,000억원, 3조2,000억원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솔루션 마케팅을 통한 고강도강 매출 확대가 위기 속에서도 포스코를 성장으로 이끌었다.

포스코는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고부가가치강인 월드프리미엄(WP)제품과 솔루션 마케팅에 주력했다. 고강도강과 특수강 등을 포함한 WP제품은 포스코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효자 노릇을 하지만 매출처를 확대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이런 WP 제품을 실제 판매로 이끄는 촉매제가 바로 솔루션 마케팅이다. 솔루션마케팅은 고객에 기술·영업지원을 펼쳐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든 활동을 포함한다. △산업·시장 분석 △솔루션 개발·관리 △솔루션 출시·홍보 △판매 가속화 지원 △고객 관계 관리강화 등 5단계로 진행된다. 철강산업에서 솔루션은 하드웨어인 강재와 소프트웨어인 이용기술이 결합한 형태다.

포스코는 고수익 산업별로 고객의 요구에 맞춘 강재와 이용기술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고급강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 향상의 기회로 삼았다. 그 결과 포스코의 지난해 WP제품과 솔루션 마케팅 연계 판매량은 각각 13%, 186% 급증했고 전체 제품 가운데 WP 제품 비중은 33.3% 까지 확대됐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솔루션마케팅의 눈부신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 1월 쌍용자동차가 출시한 소형 SUV '티볼리'는 포스코는 모델 개발 초기부터 차체에 적용할 강종을 제안하고, 고장력강 성형 해석 지원 등의 솔루션마케팅을 펼쳤다.

포스코는 티볼리 외에도 쌍용자동차와 함께 포스코 첨단 강재와 이용기술을 이용하는 '차세대 경량트럭 공동개발 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양사에 공동으로 담당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르노와도 차량 경량화를 추진 중이며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 1리터로 100㎞를 달릴 수 있는 콘셉트카 '이오랩(EOLAB)'에 경량화·고강도 제품인 열처리 프레스성형강과 트윕강, 마그네슘 판재 등을 공급했다.

포스코는 올해 역시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고수익 철강제품 판매에 매진해 매출 비중을 36%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권오준 회장은 몸소 솔루션마케팅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권 회장은 "고객이 쓰기 가장 좋은 형태, 원하는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솔루션마케팅"이라며 "모든 제품의 마케팅은 고객이 고민하는 바를 '패키지'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의 조직개편 역시 솔루션마케팅에 주안점을 두고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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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연구소 내 이용기술개발 관련 인력을 철강산업본부로 이동시켰다. 이용기술 개발 인력을 직접 철강 제조·판매 조직에 배치해 솔루션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다.

또 고객이 만족하는 품질 개발을 위해 포항과 광양 양쪽 제철소의 연구직과 현장 직원 간 교류를 확대했다. 특히 제품판매 전후로 고객사에 제공할 서비스를 통합 담당하는 철강솔루션센터를 통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한편 안정적인 고급재 생산과 판매 확대를 지원하도록 했다.

해외 솔루션 마케팅 강화를 위한 조직 정비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 4개 지역과 중국 광저우·상하이·베이징 등 전 세계 23곳에서 기술서비스센터(TSC)를 운영해 실시간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TSC는 작은 솔루션 센터로서 분석과 개발, 기술지원, 품질인증 등을 수행하는데 해당 지역의 생산법인과 가공센터, 판매법인을 지원하며 본사와 협업하는 역할도 맡는다. 포스코는 TSC를 앞으로 31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철강 본원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선택과 집중, 재무구조 개선, 경영 인프라 쇄신에 초점을 맞춰 올해 순이익 2조원을 목표로 경영활동을 추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산학연 연구개발체제 구축해 핵심기술 확보

임진혁 기자

포스코의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R&D)은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삼두마차가 유기적인 산학연 협동체제를 구축해 이끈다.

포스코는 1977년 1월 1일 기술연구원 설립 후 1986년 12월 포스텍 개교, 1987년 3월 RIST 창립 등 연구개발 기반을 마련해 고유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 기술연구원은 포스코의 핵심 철강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포항과 광양, 송도연구소로 구성돼 있으며 철강공정, 제품, 제품이용 기술을 개발한다. RIST는 신소재와 그린에너지를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리튬, 연료전지 등 현재 포스코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텍은 기초연구와 미래 인재 육성을 담당한다. 소수의 영재를 모아 질 높은 교육을 통해 소재와 철강의 미래 첨단연구를 수행한다.

포스코는 산학연 협동 연구개발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R&D 투자도 꾸준히 늘려왔다. 1989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액은 0.93%였지만 지난해에는 1.64%까지 올라서 포스코 단독기준으로 4,800여억원을 집행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를 웃도는 수준의 R&D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이를 통해 철강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의 R&D 투자는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WSD가 전 세계 36개 철강사를 대상으로 벌인 경쟁력 조사에서 포스코는 2009년부터 5년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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