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과거 영광에 집착하는 중년 여배우의 발버둥

[새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사진제공=티캐스트콘텐츠허브


연극 '말로야 스네이크'는 40대의 성공한 여성 '헬레나'가 20대 빛나는 젊음을 지닌 '시그리드'에게 매료된 나머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년 전 여배우 마리아 앤더스(줄리엣 비노쉬)는 파괴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매력의 '시그리드'를 훌륭히 연기해 무명배우였던 자신을 단숨에 세계에 알렸다. 때문에 마리아는 자신을 스타로 만든 '시그리드'를 단순한 배역 그 이상의 의미로 사랑해 왔다.


반면 '헬레나'는 마리아가 결코 닮고 싶지 않은 캐릭터였다. 마리아는 "나이에, 불안감에 패배해 버린... 어린 여자애의 농락에 놀아나는 그 꼴이 죽도록 싫었다"고 내뱉는다. 그러나 마리아가 지금 연기해야 하는 역할은 '시그리드'가 아닌 '헬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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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아시야스 감독의 새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과거의 영광 혹은 유한한 젊음에 집착하는 여배우에 대한 드라마다. 마리아에게 극 중 연극의 두 등장인물 '시그리드'와 '헬레나'는 각각 '젊음'과 '나이 듦', '자유로움'과 '얽매임'처럼 상반된 가치를 상징하는 듯 보인다. 그렇기에 마리아는 연극 속에서도, 극 중 현실에서도 '시그리드'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 역은 더이상 마리아의 몫이 아니다. 연극에서는 조앤(클로이 모레츠), 현실에서는 비서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자리를 내줬다. 20년 전 자신이 '헬레나'를 연기한 배우를 짓밟고 더욱 찬란히 빛났던 것처럼, 이번에는 다른 젊음이 그 권리를 누릴 차례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녀는 이 사실을 외면하기 위해 발버둥 쳐보지만 시작된 흐름은 막을 수가 없다.

영화는 마치 돌림노래처럼 이어지는 전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리아와 주변 인물들이 현재 겪는 사건은 과거에 본듯하기도 하고 연극 '말로야 스네이크'의 일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삶이란 비슷한 형태로 반복될 뿐 특별한 삶이란 없다'는 것을 강조하듯 말이다. 이는 영화의 음악, 배경 등에서도 느껴지는데, 일례로 삽입곡은 하나의 선율을 다양하게 변주해서 반복하는 파헬벨의 '카논 변주곡'이다. 배경이 된 스위스의 실스마리아 역시 독일 철학자 니체가 '영원회귀(모든 순간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생각)' 이론을 떠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다. 많은 이들이 영화 속 마리아에 줄리엣 비노쉬의 실제 모습을 겹쳐 볼 테지만, 그녀는 사람들의 평가에 아랑곳 않고 예민한 여배우의 모습을 솔직하게 소화해낸다. 예쁜 하이틴 스타 정도로만 여겨졌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 역시 '재발견'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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