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리인상 시사 후폭풍 거세

기관채권발행 줄줄이 연기…외국계 투자은행도 냉소적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다음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자 곳곳에서 금리인상에 저항하는 ‘후(後)폭풍’이 만만치 않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채권발행을 준비하던 기관들이 일제히 몸을 사리고 나섰다. 유달리 금리동결을 강조해오던 재정경제부 쪽에서도 계속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한국경제가 벌써 회복됐느나’며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에 대한 저항이 곳곳에서 고개를 치켜들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9일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 마감가인 연 4.50%에서 4.56%까지 상승하며 전날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전날에는 박 총재가 다음달 금리인상을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시장은 국고채 금리 급등으로 즉각 반응하면서 바야흐로 금리상승의 날개를 펴는 형국을 보여줬다. 채권 딜러들은 “금리상승 추세와 함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틀 연속 채권금리가 오르자 주요 기관들은 예정됐던 채권발행을 잠정 연기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예정된 상환기금채 5년물 3,000억원 입찰을 잠정 연기했으며 한국철도공사도 5년물 1,000억원 입찰을 연기했다. 5년물 채권발행으로 1,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려는 입장에서는 하루 사이 조달비용이 약 10억원 정도 불어난 셈이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박 총재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을 애써 무시했다. HSBC는 “고유가가 소비자 경기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연내 콜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도 “한국경제가 고유가와 글로벌 경기하강 위험에 직면해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경기가 좋아진다는 진단을 내놓았지만 외국계에서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금리조정을 놓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간 신경전도 볼 만하다. 박 총재의 발언이 전해지자 재경부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금통위 결정은 다수결”이라고 말하거나 “경기상황을 고려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국은행 정책기획국장은 “금통위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재경부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는 금리정책과 관련해 금통위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과거에도 정부는 금리인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며 “이번에도 언제 금리를 올릴지 모르나 인상에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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