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관련 부처
정부는 탄핵안 가결 후 금융시장이 서서히 안정을 회복함에 따라 이제는 금융시장안정과 함께 서민생활 안정 등 주요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 수요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전면 허용하고, 소비진작을 통한 내수 경기 회복을 돕기 위해 특소세율을 인하하는 방안도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또 신용불량자 처리, 한투ㆍ대투 증권 조기 매각 등 기존 정책을 예정대로 집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탄핵 충격이 금융 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단락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주가, 환율, 금리 등 주요 금융시장 지표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고, 한국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반영되는 외평채 가산금리도 보합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하루평균 수출금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외국인 투자상담도 계속 이어져 한국경제의 신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정부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일지 않도록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권태신 재경부 국제업무정채관은 JP 모건 주최로 스위스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해 한국 경제의 비상사태 대응 능력을 설명할 계획이다. 김광림 재경부 차관도 21일부터 아시아 금융시장의 중심인 홍콩에서 아시아주요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국경제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이헌재 부총리도 오는 4 월말부터 5월초까지 뉴욕, 런던, 홍콩에서 열리는 국가 투자설명회(IR)에 직접 참석해 한국경제의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금융시장이 탄핵 충격에서 벗어나 계속 안정국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재경부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이를 위해 일일단위로 기관별 매매 동향을 체크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2일 탄핵안 가결 직후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상시 점검 체제를 계속 가동하고 있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동향을 꼼꼼하게 점검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동시에 금융시장 모니터링반을 통해 다른 경제 부처의 대책반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가동중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15일 금감원 회의실에서 은행권 부행장 회의를 열어 여ㆍ수신 동향과 시중 자금 상황, 연체율 현황,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 만기 연장 상황 등을 검검했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이 같은 상시적인 점검을 통해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즉각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위는 또 외국 투자기관, 펀드 매니저 등과의 회의도 갖고 이들의 동향을 파악할 예정이다.
한편 금감위는 15일 오전 카드사 관계자와 신용정보업자 등을 소집해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드뱅크 등 신불자 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각 금융권역별로 세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도록 지도했다. 금감위는 아울러 서민과 영세업자들의 애로 사항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고 불법ㆍ부당 채권 추심 행위를 막기 위해 금감원에 신고 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부터 금융ㆍ외한시장상황 점검반을 가동중이다. 한국은행은 15일 “탄핵정국에 따른 외환시장의 혼란은 탄핵안 의결이 이뤄진 지난 12일에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날 브리핑에서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엔ㆍ달러 환율, 수출 결제자금, 외국인 주식자금 등에 따른 것”이라며 “국회의 탄핵안 의결로 인한 충격은 지난 12일 당일에 모두 소화됐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정치적 문제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관은 한국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총리실
고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면서 총리실 소속 공무원들은 말을 극도로 삼가는 분위기다.
특히 15일 고 대행이 총리실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 시정연설과 관련, 총리실 관계자가 한 발언에 대해 격노하면서 총리실 관계자들은 “`입조심`해야 한다”며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비서실 기능과 관련, 총리 비서실은 총리에 대해 보좌하고 대통령 비서실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일단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의 경우 사면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 고 대행이 “관계부처와 충분히 협의하고 내 지시를 직접 받으라”고 지시함에 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루면서 자칫 고 대행에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지 않게 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법무부
강금실 법무부장관은 15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에 대한 법무부 의견서를 23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면서 그 내용을 일반에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재 이기배 법무실장을 중심으로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며 “탄핵 안의 적법성 여부가 우선 고려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가 제출할 탄핵 소추 의견서에는 선거법 위반 또는 측근비리, 국정파탄책임 문제 등을 포함한 탄핵 사유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내용을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 끝난 뒤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할 경우 탄핵심판의 취소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강 장관은 “형식적으로는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회 구성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가능한지는 검토를 좀 더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 문제가 16대 국회에서 마무리 되지 않고 17대로 넘어가면 법사위원장이 바뀌는 등 여러 가지로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심리를 가급적 빨리 진행해 새 국회가 구성되는 6월 이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또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을 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등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관리자로서의 통상적인 결재 등 업무범위 내에서 직무 권한이 행사해야 되며 중대한 사면 문제나 내각 개편 등 고위직 인사 등은 직무 범위 내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석탄일 사면이나 검사장급 등 고위직 인사 등은 헌재 결정시까지 보류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사회상황에 대해 강 장관은 “지금의 위기는 실제로 발생한 위기가 아니고 헌법 시스템에 따라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국민들은 큰 동요 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노동부
노동부는 기존 노동정책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병석 노동부 기획관리실장은 15일“노동부의 정책 방향은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탄핵으로 인한 정책의 변경 등은 없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탄핵이라고 정책이 바뀌면 되냐”고 반문하고 “전 직원이 한치의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비정규직 보호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퇴직연금제 도입
▲일자리 만들기
▲주 5일 근무제의 원만한 시행
▲외국인 고용허가제 정착
▲노사갈등 관리를 통한 사회적 비용 최소화 등 `7대 중점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 중에서 비정규직 입법안, 공무원 노조, 퇴직연금제 등은 17대 정기국회에 법안을 상정해 통과 시켜야 한다. 따라서 한달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연 얼마나 의석을 확보할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이번 탄핵으로 인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 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탄핵에 대해 16일 전국단위노조 지도자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그러나 청와대의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고 정치권이 대결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부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 노동부의 주요 추진 업무가 정치권과 직접적인 관련되는 업무는 많지 않지만 노사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여권 및 청와대와의 업무 협조 등에 있어 일정 부분 지연이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atripl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