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無想한 無償복지


정치권의 복지논쟁이 점입가경이다. 복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최근 공방은 증세-감세 논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무상복지 주장은 1년 후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에서 유권자의 표심을 얻으려는 인중정당식 전략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키르크하이머(Otto Kirchheimer)에 따르면 인중정당이란 선거에서의 승리를 최대 목표로 하는 정당을 말한다. 인중정당의 특징을 지닌 정당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급진적인 이념을 버리고 유권자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복지국가 슬로건을 표방하기도 하고 자본주의 정당조차 혼합경제체제를 지향한다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인중정당으로 포퓰리즘 노리나 인중정당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계층에 특정한 보상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공약함으로써 유권자의 포괄적 지지를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중정당은 전후 서구 유럽 정당조직을 설명하는 데 동원됐던 개념이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한국정당들도 특정 이데올로기를 고수하지 않고 다양한 사회계층에 지지를 호소한다는 점에서 인중정당의 속성을 일부 지니고 있다. 최근 민주당의 무상복지 공언은 포퓰리즘(populism∙인기영합주의)에 입각하여 인중정당을 표방하는 좋은 사례다. 민주당의 무상(無償)시리즈는 무상(無想)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민주당은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 및 반값등록금 등을 공언함으로써 복지 포퓰리즘 논쟁을 가열시켰다. 민주당은 전면 무상복지의 실행을 공약함으로써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뿐 아니라 부유층의 표심까지 확보하려는 의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일부 의원들이 재원마련의 문제점 등을 거론하며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자 민주당은 부유세 신설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당론으로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무상복지를 한다면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민주당 일부의원의 발상은 무엇인가.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부자들의 돈으로 저소득층의 복지를 확충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나. 역으로 하층민의 세금으로 부유한 사람들을 더 부유하게 만들어 주겠으니 부자들이 표를 달라는 것이었나. 결국 민주당의 의도는 '전면' 무상이라는 기치를 내걸어 선거에서 표만 얻고 보자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적 발상은 아니었는가. 복지국가론은 현대국가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감안할 때 전면 복지의 실행은 시기상조다. 문제점은 단기적인 차원에서의 재원조달 방법과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국민통합 과정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지난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7.6% 증가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34.2%에 육박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상복지를 실시하려면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수밖에 현실적인 대안이 없으며 이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엄청난 조세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한다. 다음 세대 조세 부담 고려하길 또한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 이슈로의 관심전환은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해이하게 만들고 새로운 '한국병'을 창출할 수도 있다. 북한을 그토록 중요시하는 민주당이 정작 통일 후 북한 주민들의 복지에 대해서는 여하한 고려도 없이 선거 승리만을 위해 공짜 복지를 남발한다면 그것은 통일 후 국민통합 과정에서의 갈등 등 커다란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선거 승리도 중요하지만 각 정당들은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함께 고민하고 합의를 이루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와 같은 모습을 보일 때 정치권은 진정한 표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인중정당식의 얄팍한 전술로는 산토끼는커녕 집토끼까지 잃게 되는 운명을 맞을 것이다.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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