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인에겐 또 하나의 부담으로 다가오는 청년희망펀드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의 1호 가입자가 된 후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 종교인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 기업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정치인은 이미 기부 의사를 밝혔으며 이 펀드를 함께 출시한 5개 시중은행에서는 해당 금융지주사 회장과 은행장 등이 가입행사까지 벌였다.


이 펀드가 많은 사람의 바람처럼 눈덩이처럼 커지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작 대목만 보면 자발적 참여로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먼저 고민에 빠진 사람은 이미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연봉 반납을 결의한 KB·신한·하나 등 3대 금융지주사 임원들이다. 이들은 더 반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른 척할 수도 없어 기존 반납분의 절반을 펀드로 돌리는 고육지책을 내놓았다. 장관은 물론 최소한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도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나선 마당에 당연히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대통령이 매달 월급의 20%를 내기로 했으니 어느 정도에 맞춰야 할지를 놓고 고심한다는 소식이다.

관련기사



정부는 앞서 이 펀드가 기업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라는 압박처럼 비칠 것을 우려해 대기업 등 단체 명의 기부는 받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대통령부터 기부 의사를 밝힌 사람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각계각층의 많은 분이 참여해달라"라고 당부하는데 아무런 성의 표시 없이 지나칠 강심장이 어디 있겠는가. 펀드가 이런 식으로 다가온다면 자발적 참여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막무가내식 참여 강요가 될 수밖에 없다.

펀드를 급조하다 보니 사업 내용이나 지원 대상이 정해지지 않은 채 돈부터 내야 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모금시한도 "청년 고용절벽이 해소될 때까지 지속한다"고 하니 끝날 일은 좀처럼 없을 것 같다. 이래저래 정부가 감당해야 할 청년 일자리 창출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