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휴식보다 경쟁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러쉬!(토드 부크홀츠 지음, 청림출판 펴냄)<br>부자·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등<br>더 많이 일하며 성취·자신감 얻어<br>평온함이 되레 정신을 병들게 해


세계적인 호텔 체인 '힐튼'의 창업자 콘래드 힐튼, 글로벌 회사 소니의 한 축을 맡았던 모리타 아키오, 세계 4대 화장품회사 에스티로더의 설립자 에스티 로더. 전설적인 기업가이자 천문학적 슈퍼리치인 이들의 공통점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하위 20% 소득자와 비교해 2배 이상 오래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벌 만큼 벌고 나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여가시간을 늘릴 것 같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일을 줄이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들은 여가와 휴식보다는 일과 경쟁 속에서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왜 부자들과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다른 사람보다 더 오래 일할까?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쳤고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을 지낸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 질문에 3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우선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생기는 도파민을 즐긴다. 또한 부자와 전문직종사자들은 많은 시간을 일하는 데 필요한 자기제어 능력과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수록 자신감이 더 굳건해진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과 성공에 뒤따르는 심리적 성취감 사이의 깊은 관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는 '여유와 휴식 속에서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는 행복에 관한 통념을 뒤엎고, 비록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경쟁하며 바쁘게 움직일 때 더 행복해진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경쟁을 통해 성장ㆍ진화해 왔기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경쟁을 원한다는 것. 스트레스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하고, 경쟁 충동은 인간 고유의 본성이며, 행복은 바쁘게 움직이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가 중시해야 하는 것은 행복을 향한 경쟁"임을 강조한다.

관련기사



저자는 주장에 대한 다양한 근거 사례도 제시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으로 꼽힌 덴마크인들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한다는 사실을 통해 그들이 과연 진정한 행복 속에 사는지를 반문한다. 정년과 연금이 보장돼 은퇴연령이 낮은 프랑스인은 미국과 비교해 기억력과 어휘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심리학협회가 '자존감과 어린이'에 대한 논문을 검토한 결과 자존감이 높다고 해서 성적이 향상되거나 폭력행위가 줄어드는 연구결과가 없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모든 학생에게 좋은 성적과 상을 주거나 꼴찌에게도 포상을 남발할 경우 아이는 시련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을 키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사례들은 경쟁 없이 고요한 심리상태가 오히려 우리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는 "진짜 문제는 경쟁이 아니라 활동성 없는 삶이며, 변화 없이 정체된 상황에 갇혀있다고 느껴질 때 우리의 정신은 병들기 시작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저자는 행복지수의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이나 세계행복지수(HPI)를 대신해 ▦인간의 수명 ▦교육수준 ▦자원봉사에 대한 의지 등을 새로운 표준지표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크게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에서 경제학과 뇌과학ㆍ인류학을 접목해 짚어본 뒤 2부에서 경쟁이 어떻게 협력을 낳으며 경제를 형성하는지, 3부에서는 다양한 조직의 경쟁사례를 검토한 뒤 건설적인 경쟁과 파괴적인 경쟁의 차이 등을 살펴봤다. 1만5,000원.


조상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