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이골프] 강일수 유로베스트 여행사 대표

우리처럼 대부분의 골프장이 산악 지대에 있는 나라는 알프스가 국토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오스트리아`다. 수도 비엔나를 중심으로 한 동부를 제외하고 서부 산악 지역은 지형적 특성뿐만 아니라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이 오는 탓에 얼핏 골프장과는 거리가 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빨라야 4월 중순이 되어 개장을 하고, 늦어도 10월 중순이면 휴장을 하는 짧은 시즌에 상관없이 오스트리아 골프광들은 부지런히 골프 코스를 닦았다. 그 결과 잘츠부르그나 티롤 지방의 산속에서 조차 크고 작은 골프 코스들을 만날 수 있으며 오늘날 120여곳의 골프 코스에 7만 여명의 멤버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여기서 한가지 눈 여겨 볼 것은 산악 지역에 골프 코스를 만들 때도 결코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사진 사면의 잡초와 나무만을 제거하여 페어웨이를 만들고 절벽은 물론 스키 슬로프를 방불케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코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코스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아도 험한 지형 때문에 어렵게 생각되는 코스가 적지 않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해가며 조성한 골프 코스의 주변 경관은 참으로 아름답다. 절벽 위의 티잉 그라운드에서 건너편의 산봉우리를 향해 블라인드 샷을 날려야 하는가 하면 페어웨이에서는 골프 볼이 경사면 아래로 굴러 내릴 것을 예측하여 숲을 향해 샷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쩌면 우리네 골프 코스와 유사한 점이 많은 것 같지만 인위적으로 사면을 깎아내어 페어웨이를 만든 우리네 코스와는 판이하다. 그러니 장마철 산사태로 인한 휴장 사태도 좀처럼 볼 수 없다. 이제 우리도 산악 지대라는 조건은 어쩔 수 없지만 되도록 자연적인 지형을 그대로 살린 환경 친화적인 골프 코스를 보고 싶다. 그린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페어웨이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험한 코스에 기인한 도전적인 욕구와 정복의 희열감은 남다를 것이며 울창한 숲 속에서 자연과 동화되어 라운드를 즐기는 것을 싫어하는 골퍼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금년 여름 휴가에도 흰 눈이 덮인 알프스의 영봉을 바라보며 호쾌한 티 샷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문경=이상훈기자 fla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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