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4월 22일] [천안함 침몰] 기본을 찾아서

수십명의 장병들이 희생된 천안함 침몰사태로 근 한달째 온 나라가 초상집 분위기에 빠져 있다. 두동강 난 함정이 인양되어 합동조사가 이뤼지고 있지만 언제쯤 모두가 궁금해하는 원인이 속시원히 밝혀질지 가늠하기 어려워보인다. 또 결과가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으로 나오든. 다른 어떤 원인이 있던 치명적인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칼로 두부 자르듯이 명쾌하게 처리하기 어려운 일종의 국가적 딜렘마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천안함사태가 일깨우는 것 사정이 워낙 답답하다보니 어쩌다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됐는지 일종의 원망 비슷한 감정이 어쩔수 없이 생기게 된다. 만약 외부의 공격이라면 용서못할 만행이지만 극한대치의 최접점에서 왜 미리 감지하지 못했는가, 그렇게 허망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는가하는 의문도 든다. 그러나 언제까지 '어찌 이런 일이!'라며 비탄에 빠져있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투적인 말 그대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희생과 아픔을 값지게 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이다. 가장 정확한 해법은 '기본으로 돌아가라' 가 아닌가 싶다. 이번 천암함 사태를 놓고 본다면 가령 경계 및 작전수행은 제대로 이뤄졌는지, 군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보고와 명령체계는 정상적으로 작동됐는지, 초동 및 사후대응에 빈틈은 없었는지 등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따져보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안보태세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큰 틀도 뜯어고치고 다시 짜야 한다. 그러나 유의해야 할 것은 지나치게 범위를 넓혀서 접근하다보면 두리뭉실이가 돼 본질을 놓치거나 희석돼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정확한 처방을 위해서는 문제의 핵심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몇가지 기본에 대한 개념을 정확하게 세우고 그 바탕에서 분명한 처방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대책이 가능하다. 불가항력적인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사회는 어처구니없는 사건 사고들을 수없이 겪는다. 그럴 때마다 인재니 천재니 개탄이 쏟아지고 논란을 벌이지만 대개 범인은 인력과 예산부족으로 귀결되기 일쑤다. 무엇하나 속시원히 해결되는 것도 없이 정부비대화만 부채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도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대신 문제를 덮는 미봉책으로 떼우고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상으로 되돌아 가곤 한다. 비싼 댓가를 치르고도 우리 사회가 학습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이런데 있지 않나 싶다. 겉치레 아닌 본분충실이 해법 실제 우리사회가 혼란스럽고 후진적인 것은 각분야가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너무 멀리 나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엉뚱하고 지엽말단적인 것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얄팍한 기교나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는 현상도 기본이 안된 사회의 우울한 단면이다. 가령 도시의 필수 기능을 확충해 국민의 삶을 질을 높이려 애쓰기 보다는 우리보다 몇배나 잘사는 나라들, 합리적인 사회라면 생각도 못할 허접스런 일들을 벌려 국민혈세를 낭비하면서 세계최초니 명물이니 선전에 열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소중한 국민세금이 얄팍한 선전공해로 되돌아오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를 운영하는 스펜스 스투어트사장이 당대 최고의 CEO 50명을 심층분석 한 결과 찾아낸 한가지 공통점은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한다'는 것이었다. 기본이 튼튼하지 않고서는 무엇이 옳은 일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알 수 없다. 기업이든 정부든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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