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년 가까이 지속해 오던 강 달러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18일(현지 시간) 프랑스 도빌의 G-8(선진 7개국+러시아) 재무 장관 회담 직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앞으로 강한 달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구두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달러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견상으로는 `강한 달러`정책을 고수하겠다고 천명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스노 장관의 발언을 두고 그 동안 국제 금융계에서 말로만 무성하던 미국의 강 달러 정책 포기가 기정 사실로 드러났으며, 지난 95년 이래 8년 넘게 지속되던 강 달러 정책이 급선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4월말 달러 당 120엔대를 넘던 달러화는 이 같은 미국의 달러 약세 용인 정책이 알려지면서 1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115엔대까지 떨어지는 등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 정부는 지나친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 달러 사재기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흐름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몇 주 전만 하더라도 달러 약세 추세를 점치면서도 연말에나 가야 달러 당 115엔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미국의 급격한 달러 정책 변경에 맞춰 외환 전망 틀 자체를 바꾸고 있다.
국제 금융계는 이와 관련, 미국 정부가 10년에 걸친 금융 중심의 정책에서 실물 중심의 경제 정책으로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강한 달러-) 세계 금융 자본 흡수 -) 미국 자본 시장 부양 -) 국내 소비 진작 -) 기업 투자 확대 -) 경기 부양이라는 기존 경제 정책 틀에서 약한 달러 용인-) 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 -) 투자 확대 유도를 통한 실물 경기 부양 -) 자본 시장 활황 유도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짜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 같은 정책 변경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디플레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강 달러 포기를 통한 수입 가격 조정 필요성이 커지면서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시 대통령이 내년 대선 승리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감세 정책도 이 같은 실물 경기 부양 중심의 정책 변환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