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또 불붙은 그렉시트 리스크

그리스, 트로이카 경고에도 反긴축 법안 처리 추진 등 개혁 실사팀에 비협조 일관

"6개월내 가능성 25%" 전망… 유로그룹은 자본통제 시사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그렉시트·Grexit)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의 경고에도 그리스가 긴축재정에 반하는 법안 처리에 나서는 등 연이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미국·유럽 은행들과 싱크탱크·신용평가사 등이 그렉시트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최근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6개월 내 그렉시트가 일어날 가능성이 25%이며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그리스는 현재 둔화되는 경제, 세수 부족, 정치적 불안정성, 트로이카와의 갈등 심화 등으로 그리스가 원치 않더라도 유로존을 탈퇴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2,400억유로(약 288조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오는 6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하면서 그렉시트 우려는 한풀 꺾였다. 하지만 좌파성향의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연장 조건으로 제시된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높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로이카 실사팀이 지난 11일부터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기술적 협상에 돌입했으나 그리스 정부 측이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정부의 재정상황 같은 구제금융 관련 핵심 사항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그리스 측은 실사팀의 간섭이 지나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그리스 정부 관계자는 "트로이카 실사팀이 진상조사 역할을 넘어 정치에까지 관여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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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그리스가 트로이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자국 빈곤층 구제에 관한 인도적 위기 법안 처리까지 강행하면서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이는 빈곤선 이하의 약 30만가구의 전기요금을 면제하고 식량을 보조하는 등 인도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법안으로 그리스 집권당인 급진좌파 시리자가 총선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하지만 앞서 EU 집행위의 그리스 담당인 데클런 코스텔로 국장은 이 법안의 표결은 지난달 20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이 합의한 구제금융 협상안에 어긋나는 일방적 행동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그리스에 대한 비난의 강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IMF 관리들은 그리스가 IMF 70년 사상 가장 도움이 안 되는 국가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그리스 정부가 지난달 구제금융 협상 시한을 연장하면서 합의한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데다 채권단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여기에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전날 네덜란드 방송에 출연해 그리스에 키프로스식 자본통제를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13년 키프로스가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자본통제와 은행 예금자 손실 분담을 한 것처럼 그리스도 여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과의 관계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최근 독일 방송 ZDF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독일 국민의 52%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는 2월의 41%에서 늘어난 것이다. 또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2013년 크로아티아에서 한 강연에서 "그리스가 2010년에 구제금융을 수용하지 않고 차라리 디폴트(채무불이행)됐어야 했다"며 독일을 언급할 때 손가락으로 욕설을 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공개되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스 정부는 당장 20일 IMF에 3억5,000만유로를 상환하고 16억유로어치의 단기채 차환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9~20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와 별도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의 면담을 신청한 상태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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