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말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으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회계간 자금 전용 금지 조항 등 관련 법률을 위반하는 등 무리수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작년 12월 31일자로 만기가 돌아온 일반회계상의 한국은행 일시 차입금 1조원을 양곡관리특별회계를 통해 한은에서 다시 1조원을 긴급히 차입하는 일명 `돌려막기 방식`으로 가까스로 상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런 형태의 유동성 부족 상황에 빠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만기 2~3일 전 일반회계 차입금의 만기연장을 한은에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아 만기가 2004년 9월 30일인 양곡회계에서 1조원을 추가로 차입한 뒤 일반회계로 전용해 한국은행 채무를 상환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어 올 1월13일에는 일반회계로 1조원을 한은에서 빌린 뒤, 14일 작년말 펑크가 난 양곡회계상의 채무 1조원을 갚아 또다시 차입금으로 차입금을 갚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회계간 자금 전용을 `여유 자금`으로 제한하고 있는 국고금관리법 31조 등 관련 법률을 어겼으며 한은의 발권력과 정부 재정을 엄격히 분리함으로써 정부 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통화 팽창을 막으려는 입법 취지를 손상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기율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전문위원은 “차입으로 확보한 부채성 자금은 여유 자금에 해당될 수 없다”며 “일반회계 차입금을 갚기 위해 양곡회계에서 빌린 후 다시 일반회계로 넘기는 것은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경부는 이에대해 “작년부터 전자이체 등 선진화된 세출 방식이 도입돼 지출은 신속히 이뤄지는 반면 세입은 시중은행 등을 거쳐 더디게 들어오면서 생긴 일시적인 시차 때문에 일시적 자금 부족 사태가 벌어졌으며 불경기 등에 따른 세입.세출 예측의 어려움과 재정증권 발행을 통한 부족 자금 확보의 절차적 복잡성 등도 유동성 부족 사태의원인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