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앤조이] 새 영화 '마파도 2'

'못말리는 할머니들' 과거가 밝혀진다<br>재벌회장 첫사랑 찾으러 다시 섬으로<br>전편 비해 따뜻한 웃음 '업그레이드'

1편의 유머를 유지하면서도 따뜻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스토리가 돋보이는 '마파도 2'

노령화 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이라지만 적어도 문화상품 안에선 노인의 존재는 없다. TV안에선 젊고 아리따운 젊은이들의 모습만 넘친다. 이는 영화라고 다르지 않다. 일년에 100편이 넘는 한국영화가 개봉하는 시대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거의 없으며 실제로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노인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건 노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면 영화가 재미가 없고,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판단때문이었으리라. 2005년 ‘마파도’는 사람들의 이런 고정관념을 단 한방에 뒤집으며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데에 성공했다. 젊은 배우들로 승부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베테랑 중견 여배우들을 대거 등장시켜 만든 이 코미디는 이후 한국 영화에 중견 배우들의 운신의 폭을 넓혀 주는 데에도 큰 기여를 했다. 2년 만에 돌아온 ‘마파도 2’에는 여운계, 김을동, 김형자, 길혜연, 김수미 등 1편을 통해 친숙해진 그 할머니 군단이 그대로 등장한다. 여기에 베테랑 연기자 김지영이 가세했다. 연기라면 눈감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최고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여배우 군단을 중심으로 영화는 여전한 좌충우돌 코미디를 보여준다. 여기에 전편에 출연했던 이문식의 감초연기가 가세한다. 영화는 죽음을 앞둔 재벌회장이 첫사랑 ‘꽃님이’를 찾아달라고 충수(이문식)에게 의뢰를 하며 시작된다. 그러면서 회장은 ‘동백섬’이라는 짧은 말만 남긴다. 착수금으로 회장이 남긴 거액 5,000만원에 눈이 먼 충수는 또 한번 대박의 꿈을 안고 동백섬을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작가 기영(이규한)을 만난다. 어설픈 선장을 만난 덕분에 풍랑에 조난을 당한 그들. 눈을 떠보니 그들이 표류한 곳은 마파도였다. 몇 년 만에 할머니들과 재회한 충수는 다시 할머니들의 일꾼 겸 놀림감으로 전락한다. 이 과정에서 충수는 마파도의 옛 이름이 동백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 충수는 마파도 할머니 중 누가 ‘꽃님이’인지 알아내기 위해 할머니들의 과거에 대해 집요하게 추적하기 시작한다. 비록 회장님의 첫사랑 찾기라는 기둥 줄거리가 있지만 영화는 여전히 억센 할머니들의 ‘충수 놀리기’에 무게중심을 둔다. 여기에 할머니들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와 젊은 시절의 에피소드들이 가미된다. 감독은 노인들의 일상을 그려내는 감독의 재주는 수준급. 이상훈 감독은 과거 SBS에서 방영됐던 노인대상 오락프로그램인 ‘좋은 세상 만들기’를 연출한 바 있다. 오랜 시간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호흡을 맞춰온 사람답게 그는 이 영화에서 실제 있을법한 할머니들의 모습을 창조한다. 가끔은 억세고, 가끔은 따뜻하며, 삶의 회한 또한 감추고 살아가는 진짜 우리들의 할머니 모습이 영화 속에 그려진다. 1편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마련된 초반 설정이 진부하고, 엔딩 또한 비현실적인 등 영화엔 적지 않은 약점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는 할머니들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특유의 따뜻한 스토리로 이를 넘어서는 재주를 보인다. 덕분에 영화는 왁자지껄했던 전편과는 달리 느긋하면서도 흐뭇한 웃음을 주는 영화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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