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월8일] C&중공업 사태의 교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C&중공업에 대한 채권단 실사작업이 다음주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12월3일 워크아웃 개시결정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실사에 들어가게 됐다. C&중공업은 응급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목숨을 이어가는 중환자와 비슷한 처지다. 이처럼 가까스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는 C&중공업에 대한 정밀진단(자산실사)이 지연된 것은 채권단 내부의 갈등과 마찰 때문이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화재는 “선수금환급보증(RG)보험을 은행의 직접대출과 같은 성격의 채권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 등 은행 채권단은 RG보험과 직접대출을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따라서 50% 이상의 채권을 가진 메리츠화재가 신규자금을 지원할 때 50% 이상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와 은행 채권단은 오는 3월13일까지 C&중공업에 대한 기업실사를 진행한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실사 이후 자금지원 문제에 대해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사 결과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실제로 이것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신규자금 지원비율을 놓고 또다시 갈등을 빚으며 경영 정상화를 어렵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C&중공업 워크아웃은 C&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소 조선업체 전체의 문제나 다름없다. 다른 중소 조선사의 워크아웃을 진행할 때도 C&중공업에서 드러난 것처럼 채권단 내부의 갈등과 마찰로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중재 및 문제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채권단 내부의 의견조율 실패가 기업 구조조정 자체를 어렵게 만들 때는 금융당국이 개입해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금융당국이 침몰하는 배를 지켜보면서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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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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