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콘텐츠가 블루오션] <5·끝> 좌담회

"개발단계부터 해외공략 염두에 둬야" <br>대기업과 역할분담 유통등 부문별 시장활성화<br>불법복제 철저히 단속 경쟁환경 조성해줘야<br>오락편중 문제, 국민 문화수준 높아지면 해결


● 참석자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박석봉 엠파스 사장, 박인수 KTF 인터넷사업 담당 상무, 박지영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장(㈜컴투스 사장) ● 사회 : 정문재 서울경제신문 정보산업부장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휴대인터넷(와이브로) 등 새로운 통신ㆍ방송 융합 서비스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정보전달 수단보다는 정보 그 자체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DMB 등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미디어로서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 통신서비스업체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콘텐츠 산업에 속속 뛰어드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서울경제신문은 ‘콘텐츠가 블루오션’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콘텐츠 산업 전문가들을 초청,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현황과 발전 과제 등을 점검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박석봉 엠파스 사장, 박인수 KTF 인터넷사업 담당 상무, 박지영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장(㈜컴투스 사장) 등 참석자들은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할 수 있다”면서 “세계 시장을 겨냥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또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지적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회=디지털 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정작 온라인게임 등 몇 가지를 제외하면 높은 수익성을 갖고 있는 콘텐츠가 별로 없습니다. 콘텐츠 산업을 키우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지요. ▦고현진 원장=콘텐츠산업은 거대한 수출산업입니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면 내수 시장은 계륵(鷄肋)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디지털 콘텐츠를 키울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집중 육성한 후 해외로 진출해야 합니다. ▦박 회장=지금은 국내 콘텐츠 산업을 키우느냐, 아니면 해외 업체에 넘기느냐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합니다. 불법복제가 난무하면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는 콘텐츠 업체들은 고사위기에 내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업체가 사라지면 해외시장은커녕 국내시장까지 해외업체에 내주게 됩니다. 내수시장에서 역량을 키워야 해외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컴투스의 경우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해 놓고도 국내에서의 경쟁 및 환경 미비로 고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또 해외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모델을 구축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합니다. ▦사회=KT, SK텔레콤 등 통신서비스업체는 물론 CJ, 오리온 등 다른 대기업들도 콘텐츠 업체들을 속속 인수하면서 거대 자본의 수직 계열화에 따른 ‘빛과 그늘’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데요…. ▦고 원장=대기업의 컨텐츠 산업 참여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콘텐츠 사업의 성격상 대형 통신업체나 대기업이 양질의 콘텐츠 제작, 유통, 운영까지 모두 다 잘해낼 수 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대기업들은 콘텐츠가 잘 유통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콘텐츠 펀드 같은 것을 많이 조성해야 합니다. 대기업들이 콘텐츠 전문업체들과 함께 해외로 진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인수 상무=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의 자본은 국내 콘텐츠 산업을 키우는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세한 콘텐츠 산업에 대자본이 투입됨으로써 질적 도약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이나 창조성에 제약을 가져온다면 문제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사회=대형 포털과 통신업체, 대기업들이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모두 장악하면 콘텐츠 산업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은데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까요. ▦박석봉 사장=포털(portal)의 원래 의미는 ‘관문’입니다. 사전적인 의미대로라면 원래는 각 인터넷사이트로 들어가는 창구에 불과했는데 지금의 대형포털은 백화점 같은 구조로 바뀌었습니다. 문제는 대형 포털들이 검색서비스 과정에서 자기 회사에 입점해있는 업체나 자회사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검색 결과를 우선적으로 제시하면서 다른 콘텐츠 업체의 진출 통로를 막고 이용자의 선택 폭을 좁힌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불식되지 않으면 콘텐츠의 전반적인 품질도 떨어지게 됩니다. ▦고 원장=사회적인 인프라, 특히 통신망의 경우 원래 독점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통신대기업이 콘텐츠 부문까지 수직계열화 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그러나 통신 서비스를 통해 사회 전반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비자 후생이 늘어났다면 그 나름대로 평가해줘야 합니다. 인프라에 해당하는 통신사업자의 숨통이 트여야 콘텐츠 산업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국내 콘텐츠 산업이 게임,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짜여지는 바람에 ‘시장의 실패’라는 말도 나오는데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요. ▦고 원장=기본적으로 국민들의 전체적인 문화수준이 높아져야 합니다. 사회 곳곳에서 생산, 축적된 양질의 공공(公共)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PC, 핸드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표준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다양한 콘텐츠가 공급될 수 있습니다. ▦박 상무=콘텐츠의 상업성을 지나치게 매도해서는 곤란합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려면 글로벌 감각에 맞게 상업적으로 변화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한류(韓流)콘텐츠도 상업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비로소 ‘한류’라는 이름을 얻은 것입니다. 정부도 단순히 눈에 잡히는 성과를 낳는 데만 투자하기 보다는 뛰어난 상상력을 갖춘 인재 육성 등 장기적인 과제를 놓고 고민해야 합니다. ▦사회=하지만 성인물처럼 상업성이 높은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높은데요…. ▦박 상무=초기 인터넷 사용자의 성향이 반영된 측면이 강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저변이 확대되면 성인 콘텐츠의 비중은 줄어들 걸로 봅니다. 이제는 신문이나 방송 뉴스도 포털을 통해 보는 경향이 늘어나는 데서도 이를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 사장=역발상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성인물이 과연 한국만의 문제인지, 문화인류학적으로 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인지를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온라인의 경우 청소년들의 접근이 쉽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사법당국이 오프라인과 비교해서 온라인에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최근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사용자 생산 콘텐츠(UCCㆍUser Created Contents)’를 억제하는 것도 문제지만 범람하도록 방치해서도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박 사장=한국과 미국 웹사이트의 가장 큰 차이는 방명록, 댓글, 게시판 등이 있느냐 또는 없느냐 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방명록 문화가 발달해있고, 국민들이 그걸 좋아하기 때문에 UCC도 많습니다. 문제는 UCC제작과정에서 카피(복사)가 범람한다는 것입니다. UCC를 보다 활성화하려면 창작자들이 하루종일 그 일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이 빨리 나와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 먹고 사는 개인사업자 같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박 회장=UCC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면 싹이 트기도 전에 고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UCC는 우리 고유의 참여 문화가 반영된 것입니다. 네이버의 ‘지식인’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미국의 구글까지도 모방할 정도입니다. UCC도 잘 활용하면 핵심 콘텐츠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은 요리책을 사지 않고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리 책’이라는 시장이 붕괴되고 새로운 시장이 생성되고 있는데 그걸 규제로 막는 것은 곤란합니다. ▦고 원장=과거 고급 콘텐츠는 상류층만 향유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는 원래 프랑스 왕궁의 목욕탕에 걸어 놓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그런 고급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UCC가 더 확대되면 포털 같은 ‘중개미디어’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메신저 서비스인 MSN를 포기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유통채널을 확보하려는 목적 때문입니다. ▦사회=콘텐츠 불법복제 피해규모가 연간 1조원에 달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불법 복제에 대한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박 상무=광범위한 분야에서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게 필수적입니다. SK텔레콤의 ‘멜론’이나 KTF의 ‘도시락’과 같은 음원사이트에 DRM을 도입한 것에 대한 비난은 거둬들여야 합니다. 국내에서 디지털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DRM은 꼭 필요합니다. 또한 어릴 때부터 디지털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키워주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사회=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바람직한 전략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박 회장=콘텐츠는 질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산업입니다. 유통 또는 마케팅전문 등으로 부문별 시장이 활성화돼야 소규모 개발업체들도 개발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개발자가 마케팅까지 모두 하는 구조라 역량을 집중할 수 없습니다. ▦박 상무=한류 바람에서 알 수 있듯 국산 콘텐츠의 가능성은 상당합니다. 방송 및 유선인터넷에서 이룬 성과를 빨리 무선 콘텐츠 등 다른 분야로 확대하는 게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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