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펀드인 헤르메스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리자 금융감독원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금감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외국자본의 투기적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으나 이번 무죄판결로 이 같은 의지가 퇴색되게 됐다.
장성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부장판사는 29일 “당시 헤르메스의 펀드매니저였던 로버트 클레멘츠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언급했더라도 알려진 사실을 재확인한 것일 뿐 일반투자자를 속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헤르메스는 지난 2003년 11월 삼성물산 주식 777만여주를 매입한 뒤 2004년 12월 국내의 한 종합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M&A 가능성을 언급했다. 헤르메스는 이후 주가가 오르자 곧바로 주식을 전략 매각해 73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주가조작과 관련해 외국자본을 처음으로 기소한 사건으로, 외국계 펀드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철퇴를 가하고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었다. 그러나 법원의 무죄판결로 금융감독당국의 이 같은 의지는 퇴색되게 됐다. 금감원으로서는 일단 체면을 구긴 셈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펀드의 불법혐의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기회가 되길 바랬으나 무죄판결이 나 곤혹스럽다”면서도 “아직 1심 판결인 만큼 검찰의 항소 여부 등을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당시 언론인터뷰를 주선했다가 검찰에 고발당한 대우증권 직원도 최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태여서 이래저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