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수입량)이 나빠져 지난 3ㆍ4분기에 입은 실질무역손실이 12조원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소득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결국 성장률은 4분기 만에 최대였지만 소득증가율은 고작 0.2%도 되지 않아 19분기 만에 최소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3ㆍ4분기 중 실질 국내총소득’에 따르면 이 기간 우리 경제가 교역조건 악화로 입은 실질무역손실은 12조6,08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4ㆍ4분기 7조원에서 올 1ㆍ4분기와 2ㆍ4분기 10조원대로 늘어났고 3ㆍ4분기 들어 다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입은 실질손실은 33조435억원에 달해 지난해 연간 24조원을 9조원이나 넘어섰다. 3ㆍ4분기까지의 국내총소득(실질기준, 488조3,179억원)의 6.8%에 달하는 규모다. 애써 달성한 경제성장을 교역조건 악화로 까먹으면서 실질소득 증가율도 거의 제로(0)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3ㆍ4분기 중 국내총소득(GDI)은 16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고작 0.18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경제성장률이 올라도 소득증가율이 낮아지면 국민들의 체감경기 회복 속도는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소득증가율이 낮아 체감경기 회복은 성장률 증가 속도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