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시즌 그랜드슬램이 눈앞이다.
'피겨여왕' 김연아(20ㆍ고려대)가 26~2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2010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 출전해 2연패를 노린다.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이 대회에서 김연아가 우승하면 사상 처음으로 시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사상 최초의 시즌 그랜드슬램=김연아는 올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메이저대회를 석권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마저 우승하면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특히 최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세계선수권 대회에 불참하는 게 관례처럼 이어져 내려와 시즌 그랜드슬램은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크리스티 야마구치 이후에 동계올림픽 챔피언인 옥사나 바이울(우크라이나), 타라 리핀스키, 세라 휴스(이상 미국), 아라카와 시즈카(일본)는 모두 세계선수권 대회에 나오지 않았다. 야마구치는 동계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동시에 석권했으나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가 출범(1998년)하기 이전이어서 3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할 기회를 얻지 못 했다. 김연아가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면 사상 유례없는 대기록을 세우는 동시에 시니어 무대 데뷔 이후 처음으로 시즌 전승(4승)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김연아는 2월 자신의 피겨인생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프로그램ㆍ프리스케이팅ㆍ총점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트리플 악셀'을 완벽히 소화한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을 손쉽게 누르고 따낸 챔피언의 자리였다. 목표를 달성한 김연아는 의욕을 잃고 잠시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연아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동기를 찾지 못하고 운동하는 것을 꺼렸다"며 "이번 대회 준비는 정말 힘들었다. 김연아 자신도 이처럼 힘들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25일 열린 공식 연습에서 장기인 트리플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뛰어 오르며 기량을 점검했다. 몸 상태에 문제는 없지만 정신력이 풀어질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사다가 김연아와의 재대결에서 설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아사다는 같은 날 열린 연습에서 비장의 무기인 트리플 악셀을 무리 없이 성공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진로는=김연아의 향후 진로에 대한 관심은 뜨겁지만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후 차근히 생각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연간 200억원 이상의 스폰서 수익을 거두는 김연아가 선수생활을 유지하는 게 상품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연아가 프로로 전향할 경우 각종 상업공연으로 단기 수입은 커지지만 이내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연아 본인도 "앞으로 연예계에 진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