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 렌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23일(현지시간)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린 호주 시드니에서 "우크라이나의 파산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이 필수적"이라며 "규모는 수십억달러 이상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24일 수도 키예프에서 지원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잭 루 미국 재무장관도 우크라이나 정부에 "빠른 지원을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권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방의 움직임이 급해진 것은 그만큼 우크라이나의 부채 상황이 다급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부채 730억달러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것만 120억달러에 달한다. 오는 6월 초에는 10억달러 규모의 유로채권을 청산해야 하고 9월에는 국영 에너지 기업 나프토가즈에 지급보증한 유로채권 16억달러의 만기가 돌아온다.
문제는 서방 국가들이 추진하는 IMF를 통한 구제금융에는 혹독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이라는 조건이 따른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제공하는 차관과 결정적 차이로 우크라이나의 허약한 경제상황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특히 우크라이나 경제규모의 7.5%로 추산되는 에너지 보조금의 폐지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은데 지난 2010년 구제금융 협상 때도 이 문제로 결렬됐던 적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에 대해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새 정부에 혹독한 구조조정을 내걸면 사회 안정에 큰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조건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권한대행을 겸임하게 된 알렉산데르 투르치노프 의회 의장은 이날 외환시장 안정과 투자자 신뢰 회복, 기업 성장 및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현재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의 상황"이라며 "새 정부가 할 일은 이 나라를 구렁텅이로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