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창업 수보다 중요한 것

지금 20ㆍ30대 청년들은 어린 시절을 1997년 외환 위기의 상흔과 함께 보냈던 세대다. 학교를 가면 매월 결식아동이 없는지 조사를 했고 부모님들이 실직해 길거리로 내몰리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자연히 삶에 대한 태도는 안정 지향적일 수밖에 없다. 원하는 직업을 물어보면 확실한 자격증이 있는 전문직, 철밥통이라는 공무원, 비교적 망할 염려 없는 대기업의 직원 순으로 대답이 나온다.


이런 청년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고 창업 열기를 북돋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10년 후 한국 경제가 미국처럼 GEㆍ포드 등 전통 제조업 중심에서 구글ㆍ페이스북으로 상징되는 지식 기반 경제로 탈바꿈하느냐, 소니의 몰락 후 뒷걸음질을 치는 일본처럼 쇠퇴의 길을 걷느냐는 전적으로 새로운 피(기업)의 수혈에 달렸다. 국가적으로 창업 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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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창업 정책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한번 되짚어봐야 한다. 고용노동부ㆍ교육과학기술부ㆍ방송통신위원회ㆍ금융위원회 등 다양한 주체가 잇따라 창업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장기적인 고민 없이 '실적 쌓기'에 급급한 태도다. 검증도 안된 예비 창업자에게 자금을 퍼주는 등 선심성 사업을 벌이거나 다른 부처 사업을 그대로 베껴 중복 사업을 남발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사업에 정보기술(IT)만 붙이면 방통위 사업이 된다" "제도를 만들고 지원자 수를 늘리는 데만 집착할 뿐 운영을 제대로 하기 위한 노력은 소홀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통계에 따르면 10곳이 창업하면 5년 후 남는 기업은 절반에 불과하다. 선심성 지원에 이끌려 창업에 뛰어들었던 청년들이 몇 년 후 나락에 떨어지면 그 이후 세대의 기업가 정신은 더 위축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창업 지원은 당장 창업자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5년 후 살아남는 기업 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한 번 실패한 기업인들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창업 지원의 본질이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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