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껍질뿐인 고혈압 정책

지난 2001년 정부는 뇌혈관질환의 주원인인 고혈압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국민고혈압사업단`을 설치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질환의 위험성에 대한 적극적인 계몽과 환자관리 시스템 개발 등 고혈압 억제를 위해 다각적인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연세대의료원에 사업단을 설치하고 첫해인 2001년에 2억원, 2002년 15억원, 2003년 30억원, 2004년 40억원, 2005년에는 50억원 등 총 11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출범한 국민고혈압사업단은 연대의료원에 사무실을 개설하고 의료원으로부터 상근직원 1명을 지원받는 한편 유급 연구원까지 채용했다.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단장ㆍ부단장ㆍ의료사업부ㆍ교육관리부ㆍ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혈압사업단은 지난 2년여간 대국민홍보ㆍ교육자료조사 및 개발사업 등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해왔다. 특히 매주 인터넷을 통해 `금주의 고혈압뉴스`를 전문가 및 언론인들에게 배포해 관련 질환에 대한 이해를 도운 것은 큰 성과 중의 하나라고 본다. 그러나 정부는 당초 발표와는 달리 2001년에 1억원을 지원한 후 2002년 1억원, 지난해에도 1억원 규모만 지원함으로써 사업추진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했다. 급기야 얼마 전에는 고혈압사업단에 관련 업무를 국민건강증진기금사업 공모 8개 과제 중 성인병 등 만성질환 예방홍보사업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통보, 주먹구구 보건행정의 또 다른 `장르`를 보여주고 있다. 2년여 전에는 고혈압 예방정책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말인가, 아니면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다면 그러한 기본적인 가변요인조차 고려하지 않고 국민고혈압사업단이라는 `문패`부터 달았다는 말인가. 사업단도 당국의 방침에 반발, 국민건강증진기금사업에는 응모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모음으로써 규모와 체제면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고혈압관리사업의 진로는 안개 속을 헤매게 됐다. 사업단 출범 초부터 고혈압학회 등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외면을 받는 등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건강을 담보로 하는 정책은 어느 과제보다 일관성을 필요로 한다. 100억원대의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보건정책이 손가락 세 개를 꼽지 못하고 바뀌는 것을 보면 한 치 앞을 생각하지 못하는 의료정책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박상영(사회부 차장) sa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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