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통신이 CEO 없이 20일째 표류하고 있다.
중요 정책결정은 주요 주주 대표들이 참여하는 경영위원회에서, 덜 중요한 사항들은 상임이사 3인이 공동으로 결정하는 과도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결코 정상적인 기업경영이라고 볼수 없다.
통신업계는 과잉투자에 대한 몸살로 급격한 구조조정기에 진입했다. 카드에 이은 또 하나의 경제불안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휴대인터넷ㆍ유무선결합서비스ㆍ디지털미디어센타(DMC) 등 업황도 급변기를 맞고 있다.
위기라면 위기일 수 있는 상황에서 하나로통신은 선장도 없이 항해를 하는 격이다.
게다가 국제전화와 시외전화 사업은 정부의 허가까지 받아놓았는데도 일부 주주의 반대에 부딪혀 정관조차 바꾸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예정된 서비스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인 듯하다.
이처럼 선장도 없이 표류하고 있는 데 대해 주요 주주들은 마땅한 전문경영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저마다 주판알을 튕기며 자신의 실익을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은 통신장비 매각이라는 이해관계, SK는 LG의 통신3강 부상에 대한 견제, LG는 경영권에 대한 욕심 때문이란 얘기다.
국제시외전화 사업 건도 해당 대주주가 사업성이 없다고 반대 이유를 들었지만 자사의 경쟁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통신서비스가 결합서비스 추세를 지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하나로가 LG그룹에 편입되지 않는 한 국제시외전화사업은 하나로에 필요한 사업이다.
하나로의 경영권을 결정하는 세 주요주주의 지분율은 각각 8.49%, 5.50%, 15.89%. 모두 합해봐야 고작 29.88%. 반면 순수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무려 64.35%에 달한다. 주요 주주들이 자사이익에만 관심을 두고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방기할 경우 직무유기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나로통신 주가는 신윤식회장 퇴임이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은 손짓하고 있는데 주요주주들은 자기 주머니만 챙기려고 하는 셈이다.
입만 열면 `주주우선 경영`을 펼치겠다는 대기업들이 하나로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