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강 부총리 「재벌소멸론」 주창/재경원 간부들에게 잇단 언급…촉각

◎오너 중심 경영행태 개선 없을땐 도태/“인위적 재벌정책 당분간 없을 것” 시사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최근 재경원 간부들에게 「재벌소멸론」을 전개, 향후 재벌정책의 향배와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향후 수년내에 재벌이 소멸되지 않겠느냐.』 『재벌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재경원 관계자들이 전한 강부총리의 발언이다. 이같은 발언은 간부들과의 모임이나 일부 실국별 오찬에서 여러차례 강조한 내용이다. 재경원 간부들은 이 발언을 두가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벌들이 현재의 경영행태를 고치지 않을 경우 결국 도태될 것이라는 경고다. 또 적어도 「당분간」은 재벌을 돕기 위한 또는 다스리기 위한 인위적 재벌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시사로도 해석된다. 재경원의 한 당국자는 『재벌이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도태하겠지만 재벌들이 스스로 경영행태를 고쳐 적응할 경우 재벌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도태를 자초할 정도로 잘못된 재벌의 경영행태는 무엇인가. 강부총리는 이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강부총리가 힘을 주어 추진하는 주요 시책을 음미하면 가닥이 잡힌다는 설명이다. 강부총리는 요즘 정부기능의 민간 이양, 아웃소싱(외부조달), 지방분권화 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규제완화 업무를 공정거래위원회에 떼어주고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예산배정권을 지자체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기능중 법무, 감사, 경비업무의 민간이양도 추진키로 했다. 이같은 정책들이 추구하는 공통 목표는 의사결정의 민주화와 분권화를 통한 효율성 증대다. 국경이 없어지고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오너 한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국내 재벌의 경영행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은 지난 7일 국회 청문회에서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한다. 머슴들이 뭘 아냐』고 전문경영진을 일언지하에 머슴으로 표현했다. 정총회장의 독특한 행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국내 재벌의 일반적 의사결정 관행과 무관치 않다. 기업경영에서 오너의 절대적 권한을 보여주는 사례다. 구조조정을 위해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강부총리의 「새싹」론도 공룡처럼 몸집은 큰데 머리가 작고 행동이 둔한 재벌에 그다지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재벌들이 서운해 할 것은 없어 보인다. 강부총리의 철학이 근본적으로 시장중심이기 때문이다. 재벌문제가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판단은 재벌의 손발을 꽁꽁 묶고 있는 각종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력집중 억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규제 및 여신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궁극적으로 재벌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장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재벌을 둔하게 만들고 있는 오너 1인지배체제와 고착화된 재벌그룹 경영진의 관료화가 빠른 시일내 해소되지 않을 경우 국가경쟁력 약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재벌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경원 일각에선 재벌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영투명성 확보방안이 다시금 물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최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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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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