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의정활동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삼겠다고 하자 의원(발의)들이 너도나도 입법경쟁을 벌이면서 행정력 낭비는 물론 관련업체들이 로비를 벌이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21일 국회와 행정부에 따르면 의원입법은 16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진행되고 있는 이날 현재 총 1,657건(가결 362건)이 발의돼 지난 15대 국회에서 제출된 의원입법 1,144건(가결 461건)에 비해 무려 44.8%나 늘어났다.
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을 다루는 재정경제부와 관련돼 재정경제위원회에 계류된 의원입법 건수를 보면 세금과 관련된 것이 52건, 금융 관련 부문이 11건 등 총 63건에 이른다.
이는 행정부인 재정경제부가 올해 발의한 법안 건수 26건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재경부 발의법안 가운데 18건이 국회에 제출돼 있고 8건은 법제처 최종심사를 거쳐 제출될 예정이다.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들은 대개 지역구의 민원을 의원입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과 이익단체의 로비를 반영한 것들이다.
특히 다음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이 의원입법 건수 등 의정활동을 중심으로 국회의원을 평가하겠다고 나서자 `건수올리기식` 입법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 행정부가 야당의 반발을 의식, 관련법안을 의원입법 방식을 통해 우회적으로 통과시키려는 시도도 의원입법이 쏟아지는 배경이 되고 있다.
물량공세식 건수도 문제지만 법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선심성이 대부분이다. 한나라당 S의원 등 국회의원 14명이 지난 7월1일 제안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국립공원 안의 숙박업소, 학생들의 수학여행에 제공되는 숙박시설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하자`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학생들에게 감세혜택을 주자는 내용 같지만 숙박업소를 구제하자는 것이다. 재경부의 한 당국자는 "이 법안은 일반 숙박업소와의 형평성에 위배되고 부가세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숙박업소의 원가부담과는 무관하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의원들이 너도나도 입법경쟁에 나서면서 민간업체들도 바짝 긴장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한 로비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은행과 보험업무에 관한 법률제안을 강화하면서 국회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보강하는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량기자,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