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소주 전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 소주사들이 올들어 잇따라 서울ㆍ수도권 입성을 선언하고 나서는가 하면 지역에서는 연고 제조업체들이 이웃 지역의 경계를 넘어가면서 국지전을 벌이는등 전국에서 소주 전쟁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그동안 지방 소주업체들은 지난 1973년 실시된 자도주(自道酒) 제도 이후 각 지역 소주 맹주로 영업해왔으며 지난 96년 이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평균 5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역내 점유율이 줄어들기 시작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서울ㆍ수도권을 '최후의 전장'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진출 움직임을 보이는등 전국적인 경쟁체제가 두드러지고 있다. 강원도 연고업체였던 두산주류는 지난해 '처음처럼'을 출시, 1년만에 수도권 점유율을 22.1%로 끌어올리며 수도권 입성에 성공했다. 대신 두산은 강원 지역에서 지난 2003년 56.5%였던 점유율이 지난해에는 47.7%로 축소됐으며 오히려 수도권 연고업체인 진로는 지난해 강원도 점유율이 52.3%로 절반을 넘어섰다. 충남ㆍ충북 지역에서는 선양과 충북소주 등 연고 제조업체의 점유율은 30~40%선에 그치는 대신 수도권 연고 업체인 진로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진로 관계자는 "최근 몇 년새 충청이나 강원지역 점유율이 높아진 것은 KTX(고속철도)와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영동고속도로 확장 등으로 서울ㆍ수도권 인구의 이동이 많아져 진로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충청 지역의 점유율 변화는 선양의 서울 입성을 촉발시켰다. 충남 자도주인 선양 김광식 대표는 지난 6일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 산소용존공법으로 특허를 받은 '맑을린' 소주로 올 상반기중에 서울 시장을 노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경북의 자도주인 금복주는 지난해 알코올도수 17.9도짜리 '더 블루'를 출시, 서울ㆍ수도권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경북지역은 금복주의 점유율이 92.1%로 전국에서 가장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2003년 3.9%에서 지난해 7.7%로 매년 꾸준히 상승하는 진로의 점유율도 무시할수 없는 대목이다. 부산ㆍ경남지역은 치열한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다. 경남 지역 기반업체인 무학은 지난해 11월 알코올도수 16.9도짜리 저도 소주인 '좋은데이'를 출시했으며 곧이어 부산 지역 연고 업체인 대선주조도 16.9도짜리 '씨유'를 내놓았다. 지역내 오랜 라이벌인 양사는 무학이 대선의 텃밭인 부산내 점유율이 2003년 6.6%에서 지난해 8.7%로 상승하고 대선이 무학의 안방인 경남에서 2003년 14.2%던 점유율을 지난해 17.5%까지 끌어올리자 공정위에 제소하는등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 역시 국지전에 만족하지 않고 서울 진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처럼의 출시가 전국적인 소주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키면서 올해 시장 점유율, 지역 수성 전략 등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