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브라질의 레알화 평가절하 이후 남미 국가들의 통화가치에 대한 절하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콜롬비아가 27일 환율변동폭 확대를 통해 사실상 평가절하를 단행했다.콜롬비아 중앙은행은 지난 주 2억9,000만달러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계속 치솟자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대달러 환율변동폭을 14%에서 20%로 확대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환율 변동 허용폭이 확대된 후 페소화는 28일 지난 25일 폐장 시세인 달러당 1,737페소 보다 3% 가량 하락한 1,790페소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1,743페소로 재반등했다.
콜롬비아는 최근 실업률이 19.5%까지 치솟은 등 70년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페소화의 평가절하 압력에 시달려 왔다. 페소화 가치는 지난 1년간 달러화에 대해 26%가 하락했고 콜롬비아 중앙은행은 페소화 가치를 연내 달러당 2,046페소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재정적자와 잇따른 금융기관의 도산 등으로 콜롬비아 페소화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더드 앤 푸어스사에 따르면 올해 콜롬비아 은행들의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이 60억달러에 달하고 올 하반기 정부가 상환해야 할 외채도 3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와함께 콜롬비아 기업들이 올 하반기에 상환해야 하는 외채가 14억달러에 달하는 등 외채상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무디스의 국가신용분석가인 마우로 레오스씨는 『변동폭 확대로 콜롬비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조치는 재정적자와 금융기관 부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콜롬비아의 환율변동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에과도르, 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 남미 국가의 통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소폭 상승, 별다른 영향이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주 기자 LHJ303@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