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가거도 아리랑, 그 섬에서 살고 싶다


동해에 독도가 있다면 남해에는 마라도가 있고 서해안에는 마안도가 있다. 그러면 서남해안에는 무슨 섬이 있을까. 가거도다. 중국 산둥반도에서 새벽닭이 울면 가거도까지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토의 최서남단 섬이다. 지금은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4시간 걸려 갈 수 있지만 예전에 목선을 이용할 때는 가는 데만 일주일도 걸렸고 일기가 불순하면 한 달 동안 발이 묶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신안군에는 섬이 1,004개가 있다. 그중 제일 큰 섬이 흑산도이고 흑산도는 본도인 대흑산도와 소흑산도로 구성돼 있는데 가거도는 바로 소흑산도에 부속된 섬이다. 면적은 9㎢이고 거주인구는 336세대에 533명, 그중 남자는 319명, 여자는 214명이 산다. 그러나 육지로의 유동인구가 많아서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적게 산다. 반도의 최서남단섬 가거도가 지금 수난을 겪고 있다. 바로 9호 태풍 '무이파' 때문이다. 가거도에는 34척의 배가 있지만 530m에 달하는 방파제가 있다. 지난 1979년 공사를 시작하여 30년 만인 2008년에 준공한 방파제인데 공사비만 1,371억원이 들었다. 그동안 1986년도 태풍 '베라', 2000년 태풍 '프라피룬', 2002년 태풍 '라마순', 2010년 태풍 '곤파스'를 겪었지만 가거항 방파제는 꿋꿋이 태풍을 이겨냈다. 그런데 이번 무이파가 신안군을 관통하면서 신안 농경지의 40% 이상을 초토화시켰고 가거도도 예외는 아니다. 방파제만 220m가 파손되고 64톤이나 나가는 테트라포드(TTP)가 2,000개나 유실 파손됐다. 항구에 가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셨을 거다. 바로 그게 TTP이다. 중심에서 사방으로 발이 나와 있는 콘크리트 블록으로 프랑스에서 발명한 방파제 보호 블록이다. 그 거대한 구조물이 2,000개나 파도에 쓸려갔으니 무이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어떤 것은 항구에서 150m나 떨어진 동네 어귀에 떨어져 있었을 정도로 그 피해액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가거도민들은 그런 혹독한 자연의 재앙 앞에서도 꿋꿋이 가거도를 지키며 살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가거주민들에게 박수를 보냅시다. 독도를 일본인들이 넘보지만 거주민이 늘어나면 명분이 없어진다. 500명 주민들은 맘 편히 가거도를 떠나지 못한다. 국토의 최서남단 막내둥이 가거도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30년 걸려 구축한 가거항을 새로 복구해야 하는 이유다. 30년이 아니라 3년 안에 복구해야 한다. 신안군 면적은 665㎢로 서울시 면적의 22배에 달한다. 미래 대한민국의 자산인 천사의 섬 신안군 가거도를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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