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지난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초기 경제학자와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제기된 막연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는 실제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국제금융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세계 각국은 그리스 충격파가 포르투갈과 스페인 같은 인접 재정취약 국가로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17일 긴급 경제금융점검회의를 소집한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곧바로 국가부도로 이어진다. 그 충격파는 아무리 방화벽을 쌓았더라도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그리스발 패닉이 인접국으로 확대 재생산될 우려가 크다. 미국 금융위기가 그랬다. 2008년 3월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 파산은 6개월 만에 리먼브러더스까지 무너뜨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했다.
그리스는 연립정부 구성에 끝내 실패함에 따라 다음달 17일쯤 총선을 다시 치러야 할 형편이다. 그리스 야당 지도자들이 긴축정책 수정을 공언하면서 연립정부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2차 총선에서도 국정을 장악할 다수당 출현이 어려운 처지고 오히려 반긴축파인 급진좌파 정당이 득세할 수 있다. 그래서 그리스 금융권에서는 뱅크런(예금인출) 사태까지 일고 있다.
다음달 그리스 2차 총선은 글로벌 경제에 중대한 변수이다. 전세계는 숨 죽이며 그리스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스가 긴축을 받아들여 유로존에 잔류할지 아니면 긴축을 거부해 대혼란을 일으킬지 갈림길이다. 다음달 선거 이전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끊임없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로서는 그리스 국민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랄 뿐이지만 그리스 디폴트와 나아가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