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ABCP가 PF 해결 복병] "뭘 믿고 만기연장하나" 개인투자자들 등돌려


"요즘 같은 시기에 뭘 믿고 만기연장을 해달라는 겁니까. 그냥 투자한 돈을 돌려주세요." 최근 2,0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채권 연계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만기연장을 추진하던 K증권사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곤욕을 겪었다. ABCP 발행물량의 절반 정도를 갖고 있던 '큰손'들이 최근 건설사들의 잇단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만기연장을 강력 반대하며 대금회수에 나섰기 때문이다. 회사와 증권사가 설득에 나서면서 가까스로 동의를 받기는 했지만 3개월 후 다시 돌아올 만기에는 과연 무사히 지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분위기다. 최근 진흥기업ㆍLIG건설ㆍ삼부토건ㆍ동양건설산업 등으로 진행된 건설사 부실 여파로 개인투자자들이 ABCP 자금회수에 나서면서 새로운 불씨가 되고 있다. 그동안 고금리 유혹에 빠져 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이 손실 위험이 커지자 만기연장을 거부하며 'ABCP 손털기'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PF 연계 ABCP의 발행잔액은 약 15조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상당액은 이미 증권사 등을 통해 개인들의 손에 넘어가 있고 일부는 절반을 넘는 상황이다. 문제는 최근 건설사들이 잇따라 부실화되면서 ABCP들도 부실화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 보증인과 보증대상인 건설사와 사업 모두 부실화되면서 ABCP도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만기연장을 거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개인들로서는 가능하면 손실을 피하려고 투자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채권시장에서 일반 기업어음(CP)을 비롯해 ABCP를 사려는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급감한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다. ABCP에 대한 개인투자자 많았던 것은 고금리 때문이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한푼이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ABCP가 각광을 받았지만 이제는 이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 자산유동화 부서 담당자는 "ABCP는 신용등급이 같은 회사채보다 금리가 0.5~1%포인트 높다"며 "거액 자산가들이 금융사 PB의 사모펀드를 통해 3~6개월 단기로 자금을 굴렸지만 지금은 돈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채권운용 관계자도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이슈가 부각되면서 일반 CP는 물론 ABCP 거래까지 거의 사라졌다"며 "건설 ABCP는 낮은 등급일수록 금리가 높아 개인들이 많이 샀지만 지금은 서로 먼저 빠져나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건설사 부실 처리가 은행 등 채권단 위주로 진행돼 개인들의 위기감을 더 키웠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은행에 유리한 방식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개인투자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고 이것이 이들의 자금회수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기 위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이 들어갈 자리가 거의 없다"며 "개인투자자에 대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ABCP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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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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