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을 3.8%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상반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저조하게 나오는 등 경기회복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5일 ‘2005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4.0%에서 3.8%로 낮춘다고 밝혔다. 한은은 3.4%이던 상반기 성장률을 3.0%로 내린 반면 4.4%로 예상했던 하반기 성장률은 4.5%로 올렸다.
부문별로 보면 민간소비는 당초 예상(1.8%)보다 높은 2.7%로, 건설투자도 지난해 말 전망(0.5%)보다 높은 1.0%로 각각 조정했다. 그러나 상반기 중 수입재 투자가 예상보다 둔화되고 운수장비 투자 회복이 지연돼 설비투자는 당초 5.3%보다 낮은 4.6%로 전망됐으며 상품수출도 애초 전망(9.8%)에 못 미치는 8.7%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연간 160억달러에서 130억달러로 줄였다. 수출(통관기준)이 10% 내외의 견조한 증가를 보일 전망이지만 수입(통관기준)은 유가상승과 원화절상 등으로 15.4%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고유가. 연간 평균 배럴당 34달러에서 안정될 것이라던 원유 도입단가는 상반기에 이미 40달러대 중반으로 치솟았고 연간으로는 배럴당 48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 성장률에 대한 전망치는 낮아졌지만 하반기 경기회복 기대치는 당초 4.4%에서 4.5%로 오히려 높아졌다. 최근 2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ㆍ건설투자 등 내수가 일제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돼 지난해의 저성장 횡보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하반기에는 국제유가 등 대외여건이 크게 악화하지 않는다면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해 4ㆍ4분기에는 성장률이 4% 후반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과 관련해 김 국장은 “저금리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과 각종 개발계획 등으로 불안요인이 상존한다”면서 “부동산 가격 급등은 생산요소 비용 상승에 따른 기업경쟁력 약화, 부의 불균형 심화, 근로의욕 저하 등을 초래해 성장잠재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