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를 포함해 20명이 넘는 한국 여자 골퍼들이 2003 US오픈의 험한 코스 앞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4일 미국 오리건주 노스플레인스의 펌프킨릿지GC 위치할로우코스(파71)에서 개막된 이 대회 첫날 경기에서 아마추어 송아리(17)가 1언더파 70타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언더파 성적을 냈다. 공동 4위.
이븐파를 기록한 선수도 재미교포 아마추어 아이린 조(19ㆍ조윤정) 한 명 뿐이다.
프로 골퍼 중에는 가장 좋은 성적을 낸 박지은(24ㆍ나이키)이 1오버파 72타로 모든 한국 선수들이 오버파 행진을 펼쳤다. 김미현(26ㆍCJ)과 장정(24)은 재미교포 아마추어 미셸 위(14ㆍ위성미)와 함께 2오버파 73타를 기록했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관심을 모았던 박세리(26ㆍCJ)는 연습 때 다친 왼 팔목 때문인지 샷 감각을 찾지 못한 채 6오버파로 크게 무너졌다.
그러나 이 같은 부진은 한국 선수들만의 일이 아니었다.
단독 선두에 나선 마리 맥케이(23ㆍ스코틀랜드)가 5언더파로 두드러진 성적을 냈을 뿐 출전 선수 대부분이 난코스 공략에 애를 먹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다.
언더파 성적을 낸 선수는 맥케이에 이어 공동 2위에 오른 노장 줄리 잉스터(43ㆍ미국)와 도나 앤드류스(36ㆍ미국), 송아리를 비롯한 공동4위 5명 등 모두 8명 뿐이었다.
박세리와 동반했던 아니카 소렌스탐(33ㆍ스웨덴)도 1오버파 72타로 다소 부진하게 출발했다.
이런 기록은 대회 코스가 길고 좁게 조성된 데다 그린이 작고 단단했을 뿐만 아니라 핀 위치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에서 지켜 본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번 대회장은 6,550야드로 LPGA투어 사상 가장 길지만 파는 71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파 온률을 높이는데 급급했고, 게다가 볼에 최대한 스핀을 걸어 떨궈도 굴러 버릴 정도로 그린이 단단해 선수들이 당혹스러워 했다는 것. 박세리의 경우 그린 적중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했고 퍼팅 수가 32개로 솟는 등 총체적인 난조에 빠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 아마추어 송아리는 뛰어난 퍼팅 감각에 아마추어 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버디4개와 보기3개를 묶어 언더파 기록을 내는 데 성공했다.
8번홀 보기를 9번홀 버디로 만회한 송아리는 197야드짜리 파3홀인 10번홀과 파5의 11번홀 등 3개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았으며 16번홀에서 6㎙짜리 버디를 기록했다.
그러나 14번홀에서는 60㎝의 짧은 파퍼팅을 놓쳤고 파5의 마지막 홀에서는 4온2퍼팅으로 보기를 더해 1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이모저모
○…박세리는 왼 팔목에 압박 붕대를 하고 플레이. 대회장에 도착한 첫날 샷 연습을 하다가 통증을 느낀 뒤 압박붕대를 했다는데 본인은 “샷 하는 데 지장 없다”고 밝혔지만 이날 아이언 샷이 짧은 경우가 많아 지장을 받는 듯했다는 것이 지켜 본 관계자의 전언.
○…이번 대회장에 인공기가 걸릴 뻔 했다고. 선수들의 국적이 워낙 다양해 주최측이혼동을 일으킨 듯 태극기와 인공기를 나란히 게양하려는 것을 김미현이 보고 지적해 태극기만 올렸다고.
<김진영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