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발발 가능성 고조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연일 급등하자 정유업계가 통상 한 달에 한 번 하던 가격고시를 수시체제로 바꾸고 이를 외부에 발표하는 것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정유사는 지난 97년 석유수입자유화 조치 이전에 정부가 매달 시행했던 `가격고시제`의 큰 틀을 유지하며 통상적으로 한 달에 한번씩 월말이나 월초에 언론을 통해 석유가격을 발표해 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 LG칼텍스정유,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당분간 수시로 석유제품 가격을 조정키로 했다.
SK 관계자는 “가격변동 상황을 매달 알리는 일은 석유를 제외하고는 어느 업종에도 없다”면서 “국제유가는 매일 바뀌는데 한 달에 한 번씩 가격을 바꿔 고시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 역시 “한국석유공사 사이트 등을 통해 소비자가 유가변동을 매일 체크할 수 있어 정유사가 마음대로 기름값을 올릴 수도 없다”며 “국제유가를 제때 반영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이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가격을 수시로 바꾸며 발표조차 하지 않을 경우 시장의 투명성이 크게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석유는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정유사들이 가격고시를 하지 않으면 이를 감시할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