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축銀 매각 잇단 불발 왜?

큰 부담없는 자산부채이전 방식 불구 높은 값에 팔려는 예보와 입장차 커<br>인수자들 "괜찮은 물건 나올때까지…" 다소 여유속 변동성 커진 시장도 감안

예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 매각작업이 이번에도 불발로 끝났다. 예보는 대전ㆍ전주ㆍ보해저축은행을 한꺼번에 묶어 팔려고 지난 11일 본입찰을 실시했다. 하지만 입찰에 응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최소 입찰가를 맞추지 못했다. 예보 관계자는 "KB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써냈지만 여전히 최소 가격에는 많이 못 미쳤다"고 12일 말했다. 예보가 추진하고 있는 저축은행 매각 방식은 불법대출을 제외한 예금자보호한도(5,000만원) 이하만 인수하는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이어서 인수자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ㆍ전주ㆍ보해는 이번에 두번째로 유찰됐고 예쓰ㆍ예나래저축은행은 수차례 매각작업이 중단됐다. 과연 이유가 뭘까. 금융권에서는 예보의 입찰기준이 너무 경직돼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대출이 부실채권(고정이하)이라면 대손충당금이 최소 적립비율인 20%만 쌓여 있을 경우 예보는 나머지 80억원은 정상대출(자산)로 분류한다. 이런 방식으로 정상대출과 부채(예금)와의 차이만큼 예금보험기금으로 보전해준다. 정상대출 인정비율이 있는 터라 사실상 최소 입찰가가 정해져 있으며 정상대출이 많을수록 예보기금은 적게 들어간다. 예보는 기금이 적게 들어가는 곳을 인수자로 선정하게 된다. 예보 입장에서는 배임문제가 생길 수 있어 운신의 폭이 좁은 게 사실이다. 금융사들은 충당금이 최소 적립비율만 쌓여 있는 경우 이를 정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이자까지 대출해줘서 연체를 안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향후 부실을 감안하면 정상비중을 더 낮게 가져가야 하는데 여기서 예보와의 가격 차이가 생긴다"고 전했다. 6월 중앙부산 패키지를 인수한 대신증권은 예보 방식을 따르다 보니 전체 자산 1조1,711억원 가운데 정상대출을 무려 1조원 이상으로 쳤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도 "예보가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받는다"고 평가했다. 특히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경영진단을 감안하면 인수자들은 굳이 일찍 움직일 필요가 없다. 다음달 말 결과가 발표되면 저축은행 매물이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상대적으로 괜찮은 물건을 건질 수도 있다. 솔로몬저축은행 계열사인 경기솔로몬의 매각작업도 이 같은 이유로 경영진단 이후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변동성이 커진 금융시장도 관건이다. 저축은행에 관한 한 그동안 해외 사모펀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입찰에 참여하는 등 움직임이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아졌다. 국내 금융지주사도 섣불리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좀더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