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재벌 총수의 행보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중병설이 새해 벽두부터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李회장은 모친상을 당하고도 귀국하지 못해 숱한 억측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폐암수술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삼성측에서는 『중병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미국에 머물고 있는 李회장의 병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징후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파장이 예상보다 심각함을 느낀 삼성측은 뒤늦게 李회장의 병명은 「결핵성 임파선염」이라고 공식 밝히면서 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삼성은 몸살에 걸린 李회장이 몸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오스틴 반도체공장인근의 유명한 암전문의료기관인 MD앤더슨센터에 들러 폐암진찰을 받은 것이 중병설로 확대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李회장외에도 중병을 앓고 있는 총수들이 상당수 있지만 정확한 병명이나 증세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정세영(鄭世永)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최원석(崔元碩) 전 동아그룹 회장,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 등이 건강이상으로 비밀리에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굴지의 H그룹 C회장의 스케줄은 「1급비밀」. C회장은 한달이상 외국출장을 떠날때도 외부에 거의 알리지 않는다. 일부 측근을 제외하고는 회사관계자들이 회장의 정확한 스케줄을 모른다고 한다. 물론 회사에 물어도 알려주지 않는다. 회장의 스케줄이 외부에 노출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단지 회장님이 자신의 일정을 알리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잘라말했다. 미국 월가의 경우 투자가들의 70%가 최고경영자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최고경영자가 기업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최근 국내재벌판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총수 한사람의 시의적절한 판단에 따라 위기에서 벗어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영영 기업간판을 내린 그룹이 있다. 대기업의 총수는 한 기업의 대표이기 이전에 공인이다. 해당 기업에 투자한 수많은 투자가와 수만여명의 종업원들은 총수의 행보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물론 총수들의 모든 일정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문제가 생겨서 언론의 초점이 되면 해당 그룹은 총수의 행적을 정확하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 李회장 파문도 삼성측이 수차례에 걸쳐서 사실과 동떨어지게 李회장의 근황을 설명해서 신뢰성에 금이 간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직 우리 기업들은 무조건 총수의 행보를 숨기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기업경영이 투명해지기 위해서는 총수들의 행보도 투명해져야 한다고 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