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논란 속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닻을 올렸다. 1차 턴키공사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되고 16개 보(洑)에 대한 디자인도 공개됐다. 조만간 2차 턴키공사 시공사가 확정되면 내년 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키워드인 '녹색 성장' 전략의 성패를 결정하는 사업이다. 투입되는 예산만 22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으로 불린다.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 피해 및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강 주변을 국민들이 여가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친수(親水)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하지만 과거 정권이 추진했던 국책사업과 마찬가지로 4대강 살리기 역시 여전히 찬반 여론이 첨예하게 맞서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예산 확보나 사업 추진방식, 환경 파괴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본지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정부의 설명처럼 대한민국의 녹색성장을 이끌고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살리는 희망의 강,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강이 되기 위해 보완돼야 할 과제, 그리고 핵심사업과 주요 추진 계획, 예상 효과 등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살펴본다. 정부는 4대강(한강ㆍ낙동강ㆍ금강ㆍ영산강) 살리기 사업을 '국토를 재창조하는 종합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홍수ㆍ가뭄에 대비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강 주변의 환경도 좋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34만개의 일자리와 40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등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녹색 성장의 시작이자 근간으로 보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조절과 물 확보 등 4대강 본류에서 시행하는 본(本)사업과 섬진강 등 13개 주요 지류의 국가하천정비 및 하수처리시설 등을 확충하는 '직접연계사업', 강 주변 경관 등의 인프라를 활용하는 '연계사업' 등으로 나뉜다. 본사업은 2011년, 직접연계사업은 2012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에 투입되는 총 예산은 22조2,000억원으로 본사업비가 16조9,000억원, 직접연계사업비가 5조3,000억원이다. 여기에 문화ㆍ관광ㆍ농촌정비 등의 연계사업비까지 포함할 경우 사업비는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시권 4대강살리기 추진본부 정책총괄팀장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기존의 하천정비사업과 다른 점은 사후복구 중심에서 사전예방사업 위주로 투자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퇴적토 준설 및 보 설치를 통해 하천 내 수자원을 확보하고 하천공간을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 부족과 홍수 피해 동시에 해결한다=4대강 사업의 핵심은 하천 준설, 보 설치 등을 통해 물 그릇을 키움으로써 가뭄ㆍ홍수에 대비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년 홍수로 2조7,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며 이를 복구하는 데 4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4대강 정비에 22조원이 넘게 들더라도 홍수만 막으면 5년 만에 원금을 되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업이 예상대로 완료된다면 물 부족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는 당장 2년 뒤인 2011년이면 8억㎥, 2016년에는 10억㎥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동안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4대강 살리기를 통해 늘어나는 물 확보량은 연간 13억㎥이다. 4대강 하도(河道) 준설과 16개 보를 설치해 8억㎡, 중소규모의 다목적댐을 신ㆍ증설해 2억5,000만㎥의 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농업용 저수지 중 환경영향과 수몰 면적이 적은 96개의 높이를 올려 2억5,000만㎥를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홍수조절 능력이 9억2,000만㎥ 늘어나면 앞으로 200년 동안 발생할 홍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퇴적토를 준설하고 홍수조절지 및 강변저류지를 설치해 하류지역을 보호하고 노후제방도 보강할 예정이다. 수질개선 대책도 나왔다. 강에 보를 설치하면 물의 흐름이 막히고, 물이 고이면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하천 수질개선을 위해 오염도가 높은 34개 유역은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하수처리시설 750곳을 확충하고 산업단지 및 농공단지 폐수종말처리시설 46곳도 신ㆍ증설한다. 또 농민들에게 보상비를 지급해주는 대신 하천구역 내 경작을 금지하기로 했다. ◇녹색성장 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를 진작시켜 침체된 실물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강을 중심으로 문화ㆍ관광자원을 개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정부는 당초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통해 19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지만 마스터 플랜에서는 본사업과 직접연계 사업 등으로 34만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 유발 효과도 23조원에서 40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그러나 이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6년 산업연관표'의 건설업종 취업유발계수를 이용해 단순 계산한 것이어서 실제 일자리 창출효과가 기대치에 미칠지 여부는 미지수다. 더구나 토목사업은 대부분 건설 중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미장ㆍ마감공사 등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한 아파트 등 주택ㆍ건축사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작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4대강이 지역특성을 활용한 문화ㆍ레저ㆍ생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는 단순한 경제적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윤영선 건설산업연구원 기획실장은 "4대강 살리기사업의 경제 효과는 사업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단기적인 효과와 사업이 마무리된 후 나타나는 장기적인 효과로 나눌 수 있다"며 "강을 정비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문화ㆍ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효과는 지금 당장은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는 눈에 띄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강은 '리버워크 개발 프로젝트'라는 수변개발계획을 통해 도시의 건축물들과 문화공간을 중계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스페인 북부 네리비온강 주변은 구겐하임미술관을 비롯해 컨벤션홀ㆍ음악당 등 지역 특성을 활용한 문화공간으로 조성되면서 빌바오 지역을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시켰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지만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중에는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대운하 논란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환경평가, 예산배정과 같은 사업의 기초적인 여건에 대한 부실 논란과 함께 오는 2012년 완공이라는 준공 목표를 맞춰 놓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가장 큰 논란은 환경문제다. 지난달 30일 충남대에서 열린 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 주최 '4대강 사업과 영향평가' 학술대회에서도 참석자들은 4대강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4대강 사업은 댐을 쌓고 물을 고이게 만들어 오염 퇴적물을 만드는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보를 설치하면 하천수질을 악화시키고 (강 바닥) 준설은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반면 박재광 미국 위스콘신대 건설환경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타당한 반대도 있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도 적지 않다"며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져가고 저출산으로 급격한 고령화시대로 가는 상황에서 자연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잘살 수 있는 대안이 4대강 살리기"라고 맞받았다. 속도 조절 문제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수질 예측과 환경영향 평가 등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나가고 사업의 속도를 조절해 국민적 불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 논란에서 나타났듯 (국책사업은) 무작정 밀어붙이기보다는 먼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10년, 20년을 내다보고 하는 사업인 만큼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 받은 꼭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만은 건설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속도전을 치르듯이 진행되는 사업방식에 불만이 적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시공기간이 너무 짧아 공기를 맞추다 보면 부실시공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 건설사의 참여 유도와 토지보상 문제 등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여기에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라는 자금을 쏟아붓다 보니 다른 분야의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는 비판도 정부 차원에서는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다. 지난 1차 턴키입찰 선정 결과를 보면 지역 건설업체들의 참여가 극히 부진, 지역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해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정부의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등이 제한돼 입찰과정에서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지역주민의 반발로 지연되고 있는 토지보상 문제도 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걸림돌이다. 토지보상 문제가 지연되면 공사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건설사들의 원가 부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재국 서일대 건축학과 교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문화시설 등 친수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사업 진행을 추진하고 토지 수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 등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