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블랙 호크 다운

초인적 용기·동료애 뭉클 전쟁물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거장 리들리 스콧과 할리우드 미다스의 손 제리 브룩하이머가 손을 잡고 전쟁영화 '블랙 호크 다운'을 만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영화 팬들은 부푼 기대 속에 작품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특히 이 작품은 전쟁에 대해 그 어느때보다 관심이 많았던 9ㆍ11 테러참사 직전 제작돼 한동안 개봉시기를 잡기 힘들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완성됐다. 그러나 애국심으로 포장된 미국민의 공격성이 노골화 돼 제작사 우려와는 달리 앞당겨 18일 미국 개봉일을 잡았다. 국내 개봉일은 2월1일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이 작품에서 1993년 소말리아 전쟁에 참전했던 미 특수부대원의 생활상을 다양하고 폭넓게 재현하면서 스콕 감독 특유의 냉정함을 잃지 않고 사실적으로 묘사해 대가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브룩하이머의 전작인 '진주만'처럼 미국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영화라기보다는 초인적인 동료애와 용기로 난파 위기를 이겨내는 스콧의 재난영화 '화이트 스콜'을 연상시킨다. 영화는 충격적인 해변 전투신으로 시작되는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는 반대로 초기 30분이 지나면 실제 전투보다 더 사실적인 전투장면이 2시간 가까이 펼쳐진다. 영화는 무적의 블랙호크 헬리곱터가 추락하면서 고립된 전우를 구출하기 위해 사지(死地)로 돌아간 구조 호위대의 생존을 건 18시간의 싸움이 시작된다. 잘린 손을 가방에 집어 넣거나, 복부를 정통으로 맞은 병사의 내장이 터져 사방으로 터져 나간다든가, 로켓이 든 수류탄을 맞은 운전병의 사지등의 피로 얼룩진 잔인한 장면을 쉴새없이 보여주면서 오늘날의 전쟁이 얼마나 생경하고 추악한지 낱낱이 고발한다. 무대는 계속된 기근과 내전으로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아프리카 서쪽 소말리아. UN의 구호 식량이 민병대장 에이디드에 의해 빼돌려지자 미군은 그를 제거할 계획을 짠다. 1993년 10월 3일 에이디드의 참모 두 명이 수도 모가디슈의 한 건물에서만난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이들을 납치하기 위해 델타 포스와 레인저를 백주에 침투시킨다. 작전은 오후 3시 42분에 시작돼 1시간 만에 끝날 계획이었으나 무적의 헬기 `블랙 호크' 두 대가 특수부대원들을 목표지점에 내려놓다가 로켓탄을 맞아 차례로 격추된다. 이 때부터 대원들의 임무는 침투와 납치에서 구출과 생존으로 바뀐다. 사지에서 겨우 빠져나온 직후에도 다시 탄창을 채워 전장에 뛰어드는 까닭은 이들 모두가 타고난 전쟁광이거나 길들여진 인간병기이기 때문은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전우애'라고 답하지만 정답은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맨 마지막 화면이 암전으로 바뀌면서 `이 전투로 소말리아인 1,000명이 숨지고 미군 19명이 전사했다'는 자막이 오르자 일부 관객은 폭소를 터뜨린다. 스콧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군의 시선에서 전우애와 참된 용기를 말하면서도 그 반대편의 시선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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