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기업 수익전망이 곤두박질치면서 해당 국가들의 주식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둔화와 정치불안이 증시에 악재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톰슨로이터와 모건스탠리 등을 인용해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 등 동남아 주요5개국 기업의 평균 주당순이익(EPS) 추정액이 6개월 전과 비교해 일제히 하락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락률은 태국 -11%, 말레이시아 -7%, 인도네시아 -5%, 싱가포르 -3%, 필리핀 -2%에 달했다. 이 기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 기업들의 EPS가 4% 오른 것과 대조했을 때 동남아 기업들의 수익악화가 심각하다고 WSJ는 전했다.
글로벌 수요감소와 내수부진으로 경제가 침체된 것이 기업 수익하락의 주원인이었다. WSJ는 이 지역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가 올해 최근 5년래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태국도 지난달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수출증가율 예상치를 낮추는 등 동남아 국가들이 경기둔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불안도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 11% 하락으로 기업 수익전망이 가장 나쁘게 나온 태국의 경우 지난 22일 군부 쿠데타 발발 1주년을 맞았으나 경제회복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전문가들은 정치불안으로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나아지지 않은데다 반정부시위 등으로 태국 경제에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위기를 맞으며 태국 경제가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가들이 기업 수익감소를 이유로 동남아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켈빈 테이 UBS자산운용 동남아 및 태평양 최고투자임원은 "동남아 지역의 경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앞으로 동남아와 다른 아시아 지역의 수익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