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친서민' 백가쟁명 의견만… '경제정책 레임덕' 우려까지

[친서민정택 드라이브] 경제 파장은<br> 청년 일자리·물가대책등 묘수 없어 빈수레 가능성<br>'캐피털사 고금리'등 자칫 시장질서 왜곡 될수도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번 친서민 정책이라는 국면전환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친서민을 뒷받침할 경제정책은 사실상 '시계제로'에 빠졌다. 친서민을 뒷받침할 정책 각론이 백가쟁명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이를 조정할 컨트롤 타워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영포 게이트로 대표되는 정치권 레임덕과 맞물려 경제정책마저도 서서히 레임덕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 권력의 힘이 최정점에 달했던 집권 2년차(지난해)와 중간선거에서 패한 상처를 안고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현 상황은 정책 시작점부터 다르다. 부동산 대책 마련 실패는 시작에 불과하다. 하반기 정부가 내놓을 청년고용 종합대책, 물가안정 대책 등의 경우 내놓을 수단이 뻔할 수 밖에 없어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서비스산업 선진화, 공공기관 선진화 등은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해 집권 후반기 정부의 정책추진 동력을 오히려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후반기 정부, 컨트롤 타워가 없다=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에 대한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한 채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를 연기한 건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DTI 규제를 풀자니 친서민 행보에 반하는 것 같지만 그대로 두자니 얼어붙은 시장과 건설업계 줄도산이 현실화될 우려에 정부는 어떤 선택도 하지 못했다. 관련업무와 전혀 상관도 없는 일부 부처 장관과 여당 고위관계자들까지 나서 조율되지 않은 훈수에 나섰다. 모두가 통일된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지만 치열한 내부논쟁과 조율 없는 중구난방은 시작부터 차원이 다르다. 재정부도, 청와대도 조율할 엄두를 못 냈다. 정부부처 한 고위관계자는 "입 달린 사람들이라고 다들 한 마디씩 떠드는 데 방법이 없다"며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반기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정책들도 빈 수레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강한 추진력으로 정면돌파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측면에서 경제정책이 레임덕에 빠졌다는 지적은 그래서 제기된다. 수많은 이해 관계가 얽힌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는 부동산 대책 이상으로 백가쟁명식 의견만 무성하다. 올 세제개편 추진의 하이라이트가 될 담배세ㆍ주세 인상 문제는 지지도에 대한 파괴력이 워낙 크고 친서민에 반한다는 이유로 논의 자체가 서서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추석에 맞춰 내놓을 물가안정 종합대책이나 조만간 마련될 청년고용 종합대책 역시 물가상승과 청년실업을 근본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기대하긴 힘들다. ◇친서민에 갇힌 경제정책=경제정책 레임덕이 시작된 상황에서 정부가 친서민을 들고 나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단은 뾰족한 게 없다. 지난해만 해도 월세 소득공제, 영세 자영업자 세금체납 사면 등 세제지원책과 함께 보금자리주택, 미소금융 사업, 취업후 학자금 상환 등 다양한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올해는 이들을 능가할 정책들을 내놓기엔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나 정책 추진동력으로 보나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캐피탈사 고금리 제한 문제나 공정위의 대기업 불공정 행위 특별조사 등은 자칫 시장질서를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세금을 더 거두고 복지를 줄여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당위론도 친서민 기조 앞에서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 억제 역시 당장의 물가인상을 막는 효과는 있지만 결국 미래로 짐을 떠넘긴다는 면에서 볼 때는 부담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이해당사자 간의 치열한 갈등을 빚고 있는 정책 역시 친서민 기조를 들이대면 정책추진 동력에는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재정부의 최대 역점정책 중 하나인 영리병원 도입문제의 경우 서민의 의료비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논리를 들이댈 경우 이를 방어할 마땅한 논리 개발이 쉽지 않다. 일반의약품(OTC) 슈퍼마켓 판매 등으로 대표되는 의약분야 서비스 선진화 등도 갈등의 골만 깊어지기 쉽다. 정권 초반기 강하게 추진했던 공공기관 선진화는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성과연봉제 일반직 도입 실패로 나타나듯 서서히 동력을 잃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캐피탈사 이자율 문제 제기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무시했다는 측면에서 시장논리에 위반되는 대표적 사례"라며 "포퓰리즘에 기반한 이같은 친서민 기조가 계속될 경우 정책추진동력과 진정한 친서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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