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초콜릿만큼 달콤쌉싸름한 방산시장 이야기①

‘밸런타인데이에 직접 만들어 선물하세요’…DIY족으로 시끌


14일은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한다는 밸런타인 데이. 직접 필요한 것을 만드는 DIY((Do It Yourself)가 큰 인기를 끌면서 초콜릿도 직접 만들어 선물한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난 주말, 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방산시장을 찾았다.

골목 구석구석 초콜릿 재료를 고르는 사람들로 시장은 복잡했다. 10평 미만이 대부분인 가게들 앞에는 미처 안으로 못 들어간 사람들이 긴 줄을 이뤘다. 여기저기서 알바생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초콜릿 보고 가세요~”, “초콜릿 맛 보세요~” . 이들의 권유로 비닐에 담긴 엄지 손톱만한 초콜릿을 집었다. ‘나도 만들어 볼까’ 생각하게 하는 맛이었다. 달고 감칠맛 났다.


<직접 초콜릿을 만드는 달콤한 이유들>

“군대 간 남자친구 내무반에 돌릴 거에요”, “직장에 돌릴 거에요”, “마지막 선물이에요”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김보미(21)씨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일명 ‘곰신’(고무신; 군대간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이다. “남자친구랑 남자친구가 있는 내무반에 돌리려고요. 직접 만들면 남자친구가 감동 받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시중에서 초콜릿을)사려고 하면 크고 예쁜 것들은 비싸거든요. 이렇게 직접 만들면 더 싸요” 평소 베이킹을 즐긴다는 보미씨는 방산시장에도 자주 와봤다고 한다. 시즌 때를 피해오는데 시즌 때라도 토요일엔 가게들이 일찍 닫아 그래도 좀 한가하다고 했다. 팁이라면 팁이다.

신지연(28)씨는 남편의 직장에 돌리려고 초콜릿을 만든다고 했다. 아직 신혼이라 그렇다며 얼굴을 붉히는 새색시가 너무 부럽고 예뻐 보였다.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 본 초콜릿을 만드는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했다. 연인은 물론이고 친구, 가족, 선생님 등 많은 대답이 나왔다. 연인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의 의미가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훈훈한 답변들에 연신 웃음 지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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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3이 된다는 고도연(19) 양이 자신의 초콜릿을 이렇게 정의했다. “마지막 선물이요. 고3이 되고 나면 바빠서 친구들한테 잘 못해줄 것 같아요.”마지막 잎새만큼이나 가슴을 ‘쿵’하고 울리는 말이었다. 이 착한 친구, 통도 컸다. “30명 정도한테 줄 거여서 돈도 넉넉하게 준비해왔어요.”하며 너스레를 떤다. 동생과 함께 방산 시장을 찾은 도연양은 신기한 게 많다고 했다. “아까 저기서 빈대떡도 먹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날아가는 새 X구멍만 봐도 까르르 웃는 나이, 도연양의 나이다웠다.

<가족과 함께 나왔어요>

“딸이랑 데이트도 할 겸 해서 같이 왔습니다” “우리 딸들이 만든다고 해서”

베레모에 선글라스를 낀 중년의 박창규(55)씨는 “딸이랑 데이트도 할 겸 해서 같이 왔습니다”고 말했다. 박 씨의 딸은 어떻게 직접 초콜릿을 만들게 됐냐는 질문에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데요, 친구들한테도 돌리고 선생님들께도 드리려고요.”라고 대답했다.

이한별(24)씨는 온 가족이 함께 나왔다. 어떻게 가족끼리 나오게 됐냐는 질문에 한별씨 어머니는 “아이, 우리 딸들이 만든다고 해서. 하하. 줄 사람도 없으면서 만든다고 하네.”하며 거든다. 한별씨는“직접 만든 게 더 맛있잖아요. 재료도 원하는 거 사서, 아낌 없이 넣을 수 있고요.”라고 설명했다.

<방산시장은 어디 ? >

을지로 4가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 보면 ‘방산시장’이라고 쓰여 있는 큰 간판이 보인다. 그 골목으로 들어가면 시장이다. 방산시장은 블로거들 사이에선 이미 ‘베이킹의 메카’로 통한다. 원래는 각종 비닐, 포장부자재, 용기와 종이사업을 취급했었다. 하지만 5, 6년 전 DIY 붐이 일면서 시장도 새로운 바람을 탔다. 베이킹 특화 시장으로 진화해 나갔다. 베이킹재료 뿐만 아니라 원래 취급하던 포장지까지 있으니 직접 베이킹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장은 올인원(All in one)이다. 그 때부터 입소문을 타고 케이크, 쿠키, 초콜릿 등을 직접 만들어 선물하려는 사람들이 방산 시장을 찾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의 주요 전통시장을 둘러보는 서울시티투어버스의 ‘전통시장 관광코스’중 하나로 지정되었다. 천정 개방형 2층 버스가 방산 시장도 달릴 예정이다. 버스는 이 달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운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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