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재계 "대기업 길들이기" 강력 반발

"대기업 견제 VS 경영권 간섭" 논란<br>"기업 건전한 경쟁 유도 경영 투명성 위해 필요"<br>재계선 "기업 길들이기" "굴지 기업 사라질수도"


정부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을 향해 가장 강한 공세를 쏟아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현정부의 기치를 생각하면 상상조차 어려운 내용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 토론회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보유한 기업 주식의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오너 중심의 대기업 경영을 견제하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거대권력이 된 대기업을 견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자본주의 원칙에 입각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라며 "누군가 우리 경제 내부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연기금이 이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의 적립액은 324조원으로 이 중 17%인 55조원이 국내 주식에 투자돼 있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만도 139개에 달한다. 국내 주식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시가총액 기준 4.4%나 되지만 해당 기업 이사회에서 의결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변변히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게 미래위의 견해다. 자본주의에 충실하고 기업들의 건전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주어진 권리를 최대한 행사하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인 재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임기 말 대기업 길들이기를 위해 '연기금 주주권'이라는 무기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정치논리에 의한 관치 목적의 지배구조 개선이나 지나친 경영권 간섭은 기업가치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가 정신이 훼손돼 앞으로 삼성전자나 현대중공업 같은 기업은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로서는 별도의 입법이나 정책마련 없이도 당장 내년 3월 결산시즌 때부터 쓸 수 있는 무기라는 점에서 연기금 주주권 행사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국회에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부문을 독립법인화하고 자산운용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안이 제출돼 있지만 설사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도 현행법을 근거로 주주권 행사는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벌써부터 전전긍긍하고 있다. 연기금 주주권 행사가 현실화되면 기업들이 느낄 압박은 상상 이상이다. 현재 324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적립액이 오는 2043년이면 2,500조원으로 증가할 것이고 적립액이 쌓이는 만큼 보유주식과 그에 따른 권리행사도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래위가 던진 주제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여론이 형성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임기 말 청와대는 대기업의 고삐를 죌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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