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낙하산 근절 시금석이 될 우리금융 회장 인선

자산 327조원 규모의 우리금융지주를 이끌 회장 후보자 접수가 6일 마감됐다. 전날까지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았다가 이날 오후 늦게야 더러 신청했다고 한다. KB금융 회장 선임시기와 엇비슷해 두 자리를 놓고 눈치보기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되지만 마감일까지 누가 정답이니, 누구는 들러리네 하는 잡음이 들리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기사회생했지만 민영화 지연으로 알게 모르게 골병이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산은 다른 3대 금융지주와 엇비슷하지만 시가총액이 8조7,000억원으로 1위인 신한지주의 정확히 반토막인 것은 취약한 지배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낙하산의 적폐는 새삼 거론할 것도 없다. 주인 없는 우리금융지주는 더욱 그렇다.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은행산업의 낙후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원인 가운데 관치금융과 낙하산인사가 큰 비중을 차지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관치금융과 낙하산인사는 한 묶음으로 원인과 결과이기도 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낙하산인사를 근절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금융 회장 인선은 새 정부가 공언한 공공기관 낙하산 근절의 시금석이 된다. 경영능력과 전문성보다 권력과의 친소관계나 대선 논공행상에 따라 금융 공기업은 물론 금융회사 수장이 결정되는 후진적 지배구조로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할 길이 없음은 자명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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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조기에 민영화를 성사시킬 인물이 돼야 한다"고 했다. 자리를 걸고 민영화를 이루겠다고 했으니 그런 원칙을 제시했는지 모르겠지만 민영화 적합론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인선원칙이 그리 복잡한 것도 아니다. 금융산업의 비전과 경영능력ㆍ평판 같은 것이 그것들이다. 누구든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해 수없이 사단이 났던 게다. 이른바 4대 천황이라는 말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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