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홍콩인의 한국관/홍콩=문주용 특파원(기자의 눈)

오는 6월30일 밤이면 영국으로 돌아갈 크리스 패튼 홍콩총독이 최근 사석에서 『홍콩의 번영을 위해서는 정치적인 민주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잘못하다가는 홍콩이 한국처럼 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크리스 패튼은 누구인가. 바로 2년전쯤 한국을 방문,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어도 장래는 밝다며 한국기업들의 진출을 촉구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안좋은 경제의 표본으로 한국을 지목하다니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의 말은 둘째로 하더라도 최근 홍콩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업계관계자들은 『홍콩사람들이 한국사람에게 자주 핏대를 올리는 경우를 당했다』며 전에 없는 모습이라고 푸념한다. 홍콩인들이 한국을 이렇게 보게 된데는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월드컵 축구예선에서 우리나라의 한 선수가 홍콩은 아예 상대가 안된다고 말했다가 이들을 분노시켰다는 것이다. 또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에 참석한 홍콩대표를 홀대했다는 동행기자의 기사가 신문에 실리자 홍콩인들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고 한다.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업체 관계자는 『올해초 한보그룹의 부도를 시작으로 대그룹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같다』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한국경제의 좌초를 목도하고는 한국인에 대한 호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인들은 한국이 탄탄한 공업기반을 가지고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모습을 보고 내심 부러움이 없지 않았다. 그 덕에 한국제품을 중계하는 홍콩인들이 덩달아 부를 누렸다. 하지만 이제 이들은 한국이 부러움의 대상은 고사하고 자신들보다 한수아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의 오해라기 보다는 우리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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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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