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라크, SK에너지에 원유 수출 중단

자원 민족주의 불똥 '우려가 현실로' <br>SK에너지 "원유도입 협상 계속하겠다" 불구<br>카스피해 연안 국가등 자원국유화 힘 실릴듯<br> "진행중인 자원개발 등엔 당장 큰 문제 없을것"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라크 정부가 28일 SK에 대한 원유 수출을 끊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 정유업계가 자원민족주의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첫번째 케이스로 꼽힌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산유국의 자원민족주의 강화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압박이 예상되며 국내 정유업체 및 에너지 개발 회사의 적극적인 대응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SK에너지 “계속 협상하겠다”=이라크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쿠르드족 자치 정부가 관할 지역 내 석유자원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외국 기업과 단독으로 계약을 맺는 데 대해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쿠르드족 자치정부는 한국석유공사, SK에너지 등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을 비롯, 모두 20개 외국 기업과 생산물분배계약(PSC)을 맺고 있으며 이라크 석유부는 이를 모두 불법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이다. SK에너지와 마찬가지로 광구개발과 원유도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석유회사 OMV는 지난해 말 원유도입을 포기하기로 입장을 최종 정리했었다. SK에너지는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원유도입과 유전개발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은 엄마냐 아빠냐를 선택하는 문제와 같으며, 선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겠다”고 직접 말할 정도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애써왔다. 하지만 이라크 측은 이달 초 이미 SK에너지에 대한 원유 공급을 사실상 끊었으며, 현재까지 입장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SK에너지는 이라크 측의 금수조치가 알려진 29일에도 “(원유도입 갱신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주장했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이라크 국영 석유회사 소모(SOMO)로부터 원유도입이 지연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바지안 광구권을 매각할 생각은 아직 없으며, 원유도입 계약 갱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니 지금을 ‘양자택일’의 시점으로 단정짓지 말라달라”고 강조했다. ◇자원개발 향후 파장=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이번 조치에 따라 중동 및 카스피해 연안 지역 국가의 자원민족주의가 더욱 힘을 얻게 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석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세계 석유업계는 경제성 있는 대형 유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전략지역’으로 을 중동과 카스피해 연안 두 곳을 꼽는데 현재 중동 지역은 자원국유화 조치 이후 사실상 빗장을 걸어 잠근 상태”라며 “이라크 쿠르드 지역과 같은 특수 지역 마저 개발이 어려워질 경우, 이는 다른 나라의 자원민족주의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장은 한국 업체가 진행 중인 해외 자원개발 및 원유도입에 큰 문제가 닥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라크 정부를 제외하고는 한국 기업의 자원 직접개발에 대해 문제 삼는 국가가 아직까지는 없으며, 원유 또한 현물 거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도입할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에너지도 이라크 정부의 압박에 대비, 원유 도입 방안을 다 연구해 놓았을 것”이라며 당장의 원유도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결방법은 있나=이번 사태에 대한 가장 간단명료한 해결 방법은 SK에너지가 광구개발과 원유도입 둘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하는 일이다. 그러나 회사 이익과 국익을 모두 고려할 때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가 어렵다는 게 SK에너지의 고민이다. 원유도입과 직접개발 모두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국익과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한쪽 방향으로 단정지을수록 동원 가능한 해결 방법의 가짓수는 적어진다”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라크 정부 '수출금지 조치' 경고… 정부·업계 안이한 대처가 禍불러 ■원유도입 계약 갱신 왜 실패했나 SK에너지가 이라크 정부로부터 원유도입 계약 갱신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정부 및 업계가 사태의 심각성을 조기에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이라크 정부의 경고가 언론에 처음 보도된 이후 상당 기간 동안 외교통상부와 SK에너지 관계자들은 "이라크 정부가 엄포를 놓는 것일지도 모른다"며 반신반의한 반면, 이라크 정부는 이달 초 보란듯이 수출 금지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이라크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자 한 때 바지안 광구 컨소시엄 지분을 국내ㆍ외의 우호적인 회사에 양도하고 실질적으로 광구권을 계속 보유하는 방안을 연구했었다. 그러나 보안유지에 실패해 이 아이디어가 특정 매체에 조기 공개되면서 이 카드를 스스로 버리는 자충수를 두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SK에너지가 바지안 광구권에 대해 지나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업계의 한 전문가들는 "바지안 광구권은 워낙 유망한 지역이라 SK에너지의 결심에 따라 얼마든지 웃돈을 받고 처분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원유도입 계약은 당장 갱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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