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리빌딩 파이낸스 2015] 1부. 금융산업 판을 새로 짜라 <5·끝> 생존 몸부림 치는 서민금융

저축銀 회생기운 감돌지만… CSS 보강·먹거리 다각화 서둘러야

부실銀 구조조정 일단락

흑자전환 잇단 성공에도 신용대출 쏠림은 우려

기업대출·펀드·카드 등 다양한 영업방식 모색을

서울 삼성동의 SBI저축은행 본사 전경.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는 지난 10월 SBI 2·3·4저축은행과 합병하고 대규모 증자 등을 통해 정상화 궤도에 올라섰다.
/사진제공=SBI저축은행


현대증권이 지난 2011년 대영저축은행을 인수해 이름을 바꾼 현대저축은행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11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적자 터널에서 벗어났다. 현대저축은행은 흑자경영을 기념해 연 3% 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내놓았고 최근에는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해한다는 얘기까지 할 정도다.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달에 열린 업계 자산규모 1위 SBI저축은행의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서류접수에만 3,750명이 몰리면서 15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UCLA·미네소타대·베이징대 등 해외파와 국내 명문대생들의 지원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앞서 10월에는 OK저축은행이 연 5.6% 적금을 출시한 바 있는데 고객들이 몰리면서 두 달 새 3,000억원의 통장을 판매했다. 업계 통상 지점당 일 평균 5건 정도 판매하는 것치고는 상당한 숫자라는 설명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래 적자·기피·부실의 대명사였던 업계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2014년 1분기(2014년 7~9월)에는 저축은행 업계 당기순이익 190억원을 달성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연체율,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전 분기 대비 하락한 각각 17.4%, 17.6%를 기록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저축은행 업계는 여전히 "어렵다"고 말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로 주택담보대출의 일부가 1금융권으로 이전돼 실질적인 먹거리가 신용대출에 한정됐고 최근 이 분야로 자산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 개인회생제도를 믿고 돈을 갚지 않는 모럴해저드도 꾸준히 늘고 있어 부실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가 안정적 성장을 하려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보강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부 당국은 예금보험료 인하, 개인회생제도의 개편 등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판 짜는 저축은행… 사라지지 않는 부실의 악령=업계에 새판이 짜이고 있다. 지난 10월 말 SBI저축은행은 계열사 SBI2·3·4를 통합하면서 자산규모 3조8,443억원의 대형 저축은행으로 탈바꿈했다. 임원 수를 줄이며 최소한의 비용을 절감했고 통합 및 꾸준한 유상증자를 통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월 말 현재 11.45%로 올라섰다. 부실채권비율(NPL)은 28.29%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달 업계 2위 HK저축은행도 부산HK와 합병하면서 2조159억원의 중대형 저축은행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앞선 7월에는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던 예주·예나래저축은행(현 OK저축은행)을 사들였고 웰컴론이 예신·서일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가교 및 부실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도 일단락됐다는 평가다. 일본계 자본 J트러스트의 SC캐피탈·SC저축은행, 아주캐피탈·아주저축은행 추가 인수 예정 등은 새로운 판세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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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좋은 분위기만은 아니다. 일본계 및 대부업계의 포커스가 '신용대출 자산 확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순익을 내는 토종 저축은행들도 대체로 주부·대학생 대출을 포함한 신용대출 쪽에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끝없이 추락할 줄 알았던 저축은행 업계가 총자산을 중심으로 반등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부실화 가능성이 큰 신용대출 자산이 많이 늘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파이낸생(PF)대출에 몰렸다가 부실화됐던 업계가 이제는 신용대출에 치중, 또 다른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CSS 고도화, 포트폴리오 다각화 자정 노력에 예보료 인하 등 당국 전향 필요=서브프라임 신용대출 고객을 주타깃으로 삼는 저축은행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CSS의 관리·보강이 시급하다.

저축은행의 한 대표는 "업계 자정 노력을 위해서는 CSS를 강화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면 "과거 LG카드도 최첨단 CSS를 갖고 있었지만 결국 망했다. 어떤 신용등급의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한도를 제공하는지를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필수조건이다. 기업대출, 주담대, 유가증권, 유형자산 투자, 경매, 방카슈랑스, 카드 판매 등 영업 방식 다각화를 모색하는 방법밖에는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대표는 "사실상 먹거리가 없다. 하지만 신용대출 자산을 늘려서 단기간에 순익을 올리는 방안은 근본적인 해법은 아니다"면서 "방카슈랑스, 펀드, 카드 판매 등 자잘해 보이는 것들을 다양하게 취급해서 조금씩 이익을 긁어모으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예보료 인하, 개인회생제도에 따른 도덕적해이 등의 문제들도 장기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현재 예보료를 내는 저축은행들은 안정적인 영업을 해온 중소형사가 대부분"이라며 "최근 정부가 저축은행 영업 활성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았지만 예보료 인하처럼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대출을 받은 뒤 개인회생으로 나 몰라라 손들어버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권만 바뀌면 채무 정리를 해주는 나쁜 습관이 생겨버려서 고객들이 더 체질화돼간다"면서 "정부에서 표심 때문에 방관하고 있는데 개인회생제도의 대대적인 손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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