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폭력 피해자' 두번 울린 변호사·검사

피해자 "모욕적 신문, 대질조사" 손배소 제기

"월경은 언제 했느냐. 아빠에게 당한 것이 처음남자와 성관계를 맺은 것이냐." 아홉살 때 처음 아버지에게 강제추행을 당한 데 이어 열한살 때부터는 4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에 시달린 A양은 지난해 11월 법정에서 변호인의 신문 때문에 심한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아버지를 고소한 뒤 피해자 신분으로 법정에 선 A양은 사건과 무관한 변호인의신문에 시달린 후유증으로 인해 집에 돌아가 하루종일 누워 지냈고 이튿날에는 학교마저 가지 못했다. A양은 신문 중 "많이 아팠느냐", "깊이 XX됐느냐', "당할 때 소리 지르고 반항했느냐", "학교 성교육 비디오에 대해 이야기해봐라", "친구들 중 윤락업소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느냐" 등의 질문에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딸을 성폭행한 아버지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A양은 변호사를 고소하려했지만 자신을 도와줄 변호인이 없자 강지원 변호사에게 편지를 써 변론을 부탁했다. A양은 편지에서 "피고인이 죄인이 아니라 제가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 혼자 1시간 30분동안 죄인 취급 받으며 신문당할 때 검사는 한번도 제지하지 않았고, 판사가 한 차례 변호사 신문을 중단시키고 `교육청에 알아보라'며 제지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편지에는 "증인 신문 뒤 초조함과 불안 속에 친구들을 만나 술, 담배를 하게됐다"고 적혀 있어 A양에게 법정은 보호처가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A양은 12일 변호사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로 2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4년여전 성폭행을 당한 B씨는 검사의 낙태지휘 거부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 경우. B씨는 가해자가 불구속된 상태에서 장시간에 걸쳐 가해자와 나란히 앉아 대질조사를 받았고, 보호자 입회도 거절당했다. 대질 조사는 불가피할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출장 조사 등을 적극 활용하도록 한 대검찰청의 성폭력 사건 조사 지침은 무용지물이었다. B씨는 성폭력으로 임신을 하게 돼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도록 검찰에 낙태지휘를 요청했지만 "법원에 가봐라, 민사소송으로 낙태를 하라"며 거절당해 결국 출산을 하고 말았다. B씨의 진정서를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검찰총장에게 담당 검사 등이 무리한대질조사 및 장시간 조사를 강행하는 등 부적절한 수사를 한 점에 대해 각 경고할것을 권고한다"고 결정했다. B씨도 당시 수사검사와 국가를 상대로 2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사건을 맡은 강지원 변호사는 "후배 법조인들이 섭섭해할지 모르지만 누군가는쓴소리를 해야하지 않겠느냐. 성폭력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이나 소송을 맡은 변호인도 피해자들이 이중고를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