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월대보름을 맞아 오곡밥과 봄나물을 드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찹쌀을 섞어 만든 오곡밥은 여간 찰진 것이 아니다. 쌀을 주식으로 삼는 아시아의 민족 중에도 선호하는 쌀의 특성이 다 다른데 조상 대대로 우리는 찰기가 있는 쌀을 귀한 것으로 생각해 왔다. 안남미처럼 부스러지는 쌀은 아무래도 우리의 입맛에 맞지가 않다.그런 식성을 가져서인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할 때면 모진 세파를 견뎌오신 「끈기」와 넉넉한 정을 간직하신 모습이 연상된다. 그런데 오늘날의 세태는 어떤가. 조급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혼자만의 과민반응일까.
몹시 추울 것이라던 예측이 빗나가고 겨울이 거의 끝난 느낌이다. 계절처럼 IMF 경제한파도 조만간 끝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 해외 유수의 신용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속속 상향조정하였고 각 경제지표 또한 호전되고 있어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선 것은 기정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희망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점이 남아 있다. 지역별 경제위기 등 급변하고 있는 세계경제 환경이 그렇고 환율불안, 수출금융시스템의 미비, 높은 실업률 등 내적 문제 또한 산적해 있다. 여기에 한가지 더 걱정스러운 점은 이완되고 있는 우리의 긴장감과 각 경제주체 간의 단결력이다.
일순간에 경제회복이 이루어지리라 믿는 것은 어리석다.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은 주위의 열 사람, 백 사람의 의욕을 꺾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한 후에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안정화시키고 강화하는 작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내외적으로 우리의 단결력을 과시해야 할 때이다. 비록 이제까지 어려움을 참아온 많은 경제일꾼들에게 죄송스런 말씀임에 틀림없지만 경제회복의 결과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기 위해서는 지금은 묵묵히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끈기의 경쟁력이야말로 경제위기 극복의 중요한 변수임을 새롭게 자각해야 한다.